2008. 5. 4. 20:43ㆍ경상
근제와 둘이서 운달산에 오르다.
이른 여덟 시 사십 분, 문경읍 당포리.
수리봉 ― 성주봉을 거쳐 가는 길을 택한다.
둘 다 바위에 싸여 있는 데다 깎아지른 듯하다.
성주사 뒤편으로 오르니 판판한 바위가 넓고 길게 이어진다.[슬랩지대]
급한 경사인데도 어렵지 않게 오르면서 재미를 느낀다.
밑에서 볼 때, 분명 우회하는 길이 있겠거니 한 수리봉 위까지 길이 있다.
코앞에 펼쳐지는 경치에 넋을 잃는다.
저 건너가 주흘산, 저건 포암산 쌍봉, 월악산 영봉, ‥‥‥.
왼편 저쪽, 백화산에서 조령산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백두대간이다.
부옇게 흐린 하늘 아래 첩첩이 펼쳐지는 산 바다가 아름답다.
오르락내리락, 밧줄 없이는 엄두도 못 낼 바위절벽이 나타나고 또 나타난다.
근제 녀석은 계속 툴툴댄다.
왜 이런 델 데려와서 이렇게 고생을 시키느냐고.
‘이 놈아, 나도 모르겠다.’
성주봉에서 운달산(雲達山)을 바라본다.
구름에 닿을 정도로 높다는 건가, 구름 속을 꿰뚫는 경지에 이른다는 건가?
해발 1,097 미터라는 숫자보다는 눈앞에 다가오는 산의 품이 미끈하고 넉넉하다.
진달래와 철쭉이 숲을 이루면서 번갈아 나타나는 능선.
시들어 떨어지는 꽃, 한창 피어있는 꽃, 피어날 준비를 하는 자줏빛 봉오리들.
산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마지막 고비가 있고 절정이라는 게 늘 있는 건가?
정상에 올라서기 전 얼마간을, 서로 말도 없이, 배려도 없이, 땀만 되게 흘려본다.
당포리로 내려오려던 계획을 바꾸어 김룡사 쪽으로 길을 잡아 미끄러지듯 내려온다.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대문이 닫혀 있는 화장암 담장 안에 라일락이 한창이다.
고요한 암자 안에선 구름 속을 꿰뚫는 경지가 이어지는가?
지나가는 나그네는 라일락 향기에 코를 킁킁댄다.
김룡사에 왔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연등을 달고, 법회를 하는 등 분주하다.
이리저리 둘러 보다 마을로 내려오니 점촌 가는 버스가 방금 떠났단다.
한 시간 정도 더 걷는다.
길 가 개울물이 참으로 맑다.
우곡리에서 택시를 탄다.
08:40 문경읍 당포리 - 성주사 - 급경사 슬랩지대 - 수리봉[또는 종지봉] - 장군봉 - 10:30 성주봉 - 12:00 운달산 - 화장암 - 13:40 김용사 - 14:40 우곡리 - (택시) - 점촌 - (시내버스) - 당포리
* 김룡사 : 서기 588년(신라 진평왕10) 운달조사가 운봉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고, 그 후 여러 차례 중창되었다.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운봉사 아래 숨어서 참회하며 살면서 아들을 낳아 김룡(金龍)이라 하였다. 이 때부터 부유해져 마을 이름이 김룡리로 바뀌었고 절 이름도 김룡사로 바뀌었다. 18세기 이후의 일이라고 하나 분명치는 않다고 한다. 비구니 암자인 대성암으로 가는 전나무 숲길, 절 입구 목조 건물로 된 해우소의 고풍스러움이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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