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를 위해 빌면서[팔봉]

2009. 8. 11. 21:33충청

올 여름, 충주 지역엔 장맛비가 그런대로 적절하게 내렸다.

전국에 걸쳐 장마다운 한 철을 보여준 하늘 끝.

중국 땅에서 소멸된 태풍, 마라곳이 퉁겨낸 비구름이,

전국에 골고루 비를 뿌린다는 예보가 내린 날.

2009.08.11.

일단, 예약된 대로 개다리 하나 싸 들었다, 넷이서.

가자!

송계? 억수? 모현정? 망화정? 제월대? 매산 한터골?

팔봉, 폭포 앞에서 천막을 치고 앉았다.

허술한 천막이 얌전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막아준다.

일단 잔을 부딪친다.

캬~!

또 다시 부딪친다.

아! 좋다.

떨어져 뿌려지는 빗줄기에 마음을 던져 섞는다.

그래!, 이렇게 세상을 잊는 거야.

이렇게 사는 거야!

이렇게, 이렇게!

음!

음!

좌~악 벌여 있는 산과 벼랑과 숲.

강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온통 번지는 빗물.

저만치에서 수줍은 듯 비비꼬며, 하얗게 부서지는 작은 폭포.

비 내리는 강변 자갈 위에 온종일 앉아서,

두리번두리번 바라보고, 감탄하고, 웃고, 떠드는 네 나그네.

‥‥‥.

‥‥‥.

서울에 간 최랑 가족에 하느님께서 은총 내려주시기를 빌면서.

과메기차의 건강을 빌면서.

그러다 보니 생각나는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복잡하게 얽혀가는 세상 모든 일들이 아름답게,

이름답게 풀어지기를 빌면서.

‥‥‥!

이렇게 변명을 하면서,

‥‥‥!

 

 

 

'충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위[황정산]  (0) 2009.11.01
하루살이 신선[수리봉-황정산]  (0) 2009.10.26
수문동  (0) 2009.07.30
인등산 아래 대모천  (0) 2009.07.21
날씨[올산]  (0) 2009.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