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자연휴양림길[원주]
2022. 3. 9. 21:33ㆍ원주굽이길
2022년 3월 9일 수요일. 20대 대통령 선거일. 원주 백운산자연휴양림길을 걷다. 도보사랑 선거도보.
꽤 오래전에 두텁게 쌓인 눈밭을 헤치면서 걸었던 30리 길을, 포근한 봄볕을 헤치면서 걷는다. 한껏 여유로운 몸짓으로 걷는다.
막말과 음모와 계략,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폭로로 얼룩진 선거전. 허위와 허풍. 비열하고 비겁하고 뻔뻔스러운 모습들. 정직하지도 공정하지도 못하면서 속이 훤하게 보이는 언론 보도들. 국민들을 너무나도 심하게 얕잡아 보는 행태들. 끝도 모르게 추한 모습들. 선거철이 되면 더욱 심해지는 모습들.
보고 싶지 않은 모습들은 생각지도 말고, 입에 담지도 말고, 그냥 걷자면서 나서곤 하는 걸음. 천진스런 웃음이 저도 모르게 빵빵 터지는 이야기들. 마구 웃고, 침묵도 하고, 그렇게 걷는다. 이렇게 저렇게 가슴 속에 쌓인 찌꺼기들이 하나도 남지 않고 풀어져 나간다. 몸과 맘이 가벼워진다.
아무래도 좀 부족하다. 돌아오는 길에 매지저수지 둘레를 한 바퀴 돈다. 느릿느릿, 한 시간쯤. 따뜻한 봄볕, 맑은 물빛과 하늘빛. 좋다.
충주에 와서 한잔하고 헤어진다. 산속에서도, 술잔 앞에서도 많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