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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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밟다[충주 계명산 임도]
처음부터 끝까지 하얀 눈이 펄펄 날린다. 송이송이 허공에서 나부낀다. 온 산이 하얗고, 나뭇가지마다 목화솜이 부풀어 오른다. 충주호 물빛은 검은빛인가 맑은 빛인가. 차가운 빛인가 더운 빛인가. 안개는 묽은 건가 짙은 건가. 아니, 안개인가 구름인가. 건너편 산빛은 하얀 건가 검은 건가. 2024년 2월 25일 일요일. 눈발 날리는 날에 충주 계명산 임도를 걷다. 휴양림에서 용탄동 용골까지 왕복하니 13.06Km. 오랜만에, 푹푹 빠지는 눈밭을 하염없이 걷는다. 마음은 제멋대로 흘러 어느 곳에 머무는가. 흰 눈은 펄펄 방바닥은 따끈따끈 화로 위에선 보글보글 탁 털어 넣은 건 혀에 착착 감기는가 깊은 곳으로 스미는가
2024.02.25 -
무엇인가[목행-충주댐]
엊그제, 목행전통시장에서 출발하여 옛 목행다리를 건너고, 강변길을 걸었다. 자연생태체험관 앞에서 길을 되돌렸다. 왕복 9Km쯤. 다리 건너 제방에서 물 쪽으로 내려서서 걸었고, 제방 길로 돌아왔다. 내려선 길은 흙길이고, 올라선 길은 아스팔트 길이다. 자전거 도로이고, 걷는 길인 것이다. 양옆에 농지와 강물이고, 목행 산업단지가 건너다보인다. 길가에 의자 등 편의시설이 있고, 우거진 풀밭이 있고, 작은 늪이 있다. 귀신바위 등 전설이 있고, 너른 하늘이 있다. 그때, 충주댐까지 이어지는 물가 길을 마음에 두었다. 오늘, 2월 4일, 그 길을 걷는다. 왕복 10Km쯤.자연생태체험관은 야트막한 고갯마루에 있다.동량철교가 발밑에 걸쳐 있다. 저 앞에 저건. 왼쪽에 지등산, 오른쪽에 계명산, 그 사이에 충주댐이..
2024.02.05 -
태조산[천안]
하늘 아래 편안한 땅. 충청남도 천안시, '천안'을 이렇게 말한다. 고려 태조 왕건이 와서 지세를 살핀 후에, '이곳이 편안하면 천하가 태평할 것'이라고 하면서 내린 지명이라고 한다. 태조 왕건은 서기 930년에 이곳, 태조산에 올라 주위를 살펴보고, 군사 요충지라고 판단하여 천안도독부를 두었다고 한다. '태조산'이라는 이름은 물론이고, 왕자산, 장태산, 유왕골, 유려왕산, 유량동 등 주변 지명이 모두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2023년 12월 6일 수요일. 우중충한 날씨에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다. 태조산 한쪽 기슭에 자리한 각원사 마당에서 주위를 살피다가 지나가는 스님께 산길을 여쭙는다. 저쪽 아미타불 옆에 길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아미타불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청동 좌불로 높이가 15m에 이른다고..
2023.12.06 -
옥계폭포[영동 월이산]
양폭포가 있고, 음폭포가 있다고 한다. 남자 폭포가 있고, 여자 폭포가 있다는 얘기다. 충청북도 영동군 심천면 달이산(월이산)이산 기슭에 있는 옥계폭포는 음폭포, 여자 폭포라고 한다.옛날에, 옥계폭포 물이 떨어지는 웅덩이에 바윗돌이 하나 우뚝 솟아났다. 마을 사람들은, 그 바위가 폭포의 경관을 해친다며 다른 곳으로 치웠고, 마을 남자들이 이러저러한 사고로 죽는 일이 벌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바위를 옮긴 탓이라고 입을 모았고, 바위를 제자리로 옮겨 놓은 후로 마을은 예전처럼 평온해졌다. 음폭포와 양바위,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2023년 9월 27일 수요일. 비가 개는 날씨다. 영동군 심천면 옥계폭포길 126, 고당사 앞 주차장에서 걸음을 뗀다. 1Km가 채 안되는 거리에 20~30m쯤..
2023.09.27 -
호두나무[천안 광덕산]
광덕사 호두나무: 1290년에 류청신이라는 사람이 원나라에서 들여와 심었다. 류청신이 원나라에서 충렬왕을 모시고 올 때, 호두나무 묘목과 열매를 가지고 온 것이다. 묘목은 광덕사에 심고, 열매는 고향집 뜰에 심었다. 그랬다고 한다. 그렇다면, 광덕사 호두나무는 2023년, 올해 나이가 733살이 넘었다는 얘기가 된다. 높이 20m쯤, 사람 가슴 높이 둘레 3.7m. 천연기념물 제398호(1998년)2023년 6월 13일 화요일. 광덕산에 오르다. 광덕산(699.3)은 아산시와 천안시에 걸쳐 있으며, 천안-아산 지역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고 한다. 꽤 오래전에 아산시 외암마을 쪽에서 오른 적이 있거니와 오늘은 천안 쪽에서 오른다. 그땐 바다를 이루어 출렁이는 노랑매미꽃(피나물) 노란 물결에 놀랐었고, 오늘은..
2023.06.13 -
연쟁이고개[서산 연암산]
"... 질그릇, 농기구, 소금, 젓갈 등이 고개를 넘어 내륙으로 팔려 갔다. 때로는 고개에 장이 서기도 했다. 밤이면 상인들이 밝힌 횃불이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연쟁이고개.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 연암산과 삼준산 사이에 있다. 바닷가에서 내륙으로, 내륙에서 바닷가로 통하는 고개로서, 양쪽 지방의 물산이 유통되는 길목이었다고 한다. 때로는 장이 서기도 했단다. 흥정 소리 등 자주 떠들썩했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으리.2023년 5월 16일 화요일. 아침 일찍, 고북면 장요리에서 천장사를 지나 연암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이다. 연쟁이고개 정자에 앉아 여유를 부린다.연암산 마루 코밑에 자리한 천장사는, 天藏庵이라고 쓴 현판을 달고 있다. 글쎄다. 암자라고 보기엔 좀 큰 것 같기도 하다. 庵과 寺는 ..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