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월악산, 금봉산]
2월 24일 월악산 아래 통나무집 앞.
싸한 아침에 얼어붙은 산길로 들어선다, 임랑과 함께.
보덕암을 지나면서 아이젠을 꺼내 싣는다.
부는가 싶던 바람이 자고 햇살이 퍼진다.
걷는 열기에 겉옷을 하나 벗는다.
두껍게 쌓인 눈길을 오르고 올라 월악산 영봉.
하늘이 맑아 조망이 좋다.
발 밑 하얀 눈에 푹푹 빠지던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본다.
치악산, 소백산, 대미산, 주흘산, 남산과 계명산. ‥‥‥.
그리고 산봉우리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충주호 푸른 물빛.
오랜만에 신륵사 쪽으로 내려간다.
양달이라 보송보송, 질펀하나 나무 그늘엔 눈얼음이 미끄럽다.
신륵사엔 참배객 외에 출입을 금하고 있다.
밖에서 봐도 예전보다 잘 정비된 모습이다.
따스한 볕을 쬐며 덕산까지 걷는다.
오후 두 시.
충주 가는 버스는 세 시 반에 있다.
가볍게 한잔하기에 딱 맞는 시간이다.
장날이라고는 하나 한산한 장터거리에 있는 한 식당.
일흔은 훌쩍 넘었을 할머니께서 버섯찌개를 끓여 주신다.
느타리버섯과 돼지고기와 두부와 김치가 뒤섞여 보글보글 끓는 냄비.
따끈하고 칼칼한 국물!
꽤 오래 전에 국망산 아래서 먹었던 두부찌개 맛이 난다.
그래! 이 맛이야.
2월 25일.
점심을 먹고 끄무레한 하늘을 보며 금봉산에 오른다.
깔딱고개를 지나면서 뭔가 날리는 듯하더니 가랑눈이 내린다.
산에서 눈을 맞는 기분을 어떻게 말로 옮길 수 있으리오.
함박눈이 아니라도 좋다.
산마루를 거닐며 휘날리는 가루눈에 섞여본다.
여름 산에 푸른 비가 있다면 겨울 산엔 하얀 눈보라가 있도다.
산을 내려오며 집으로 전화를 건다.
부치기 좀 부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