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키나발루 가는 길[키나발루 1]

풍류산 2012. 1. 16. 19:44

1. 키나발루 가는 길.

 

2012년 1월 8일 오후 2시 15분.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 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했다.

섭씨 29도.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타는 듯 찌는 듯하지는 않다. 가이드를 만나 키나발루국립공원으로 이동한다. 2000년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키나발루국립공원은 보르네오 섬 북부에 위치해 있다. 보르네오 하면 막연히 인도네시아 영토이고 가구에 좋은 목재가 많이 나는 섬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섬의 대부분은 인도네시아 영토이이지만, 북서쪽 일부가 말레이시아에 속하며, 브루나이공화국이 말레이시아 영토에 둘러싸여 있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코타 키나발루는 보르네오 섬 북부에 있는 말레이시아 사바 주의 주도이고, 키나발루는 사바 주에 있는 산 이름이다. 이 산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해발 4,095.2미터.

 

도시에는 漢字로 된 간판이 꽤 자주 보인다. 그래 그런지 풍경이 낯설지가 않다. 산속으로 들어가면서도 그렇다.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 산봉우리들. 그러는 새 높아지는 산줄기들, 한 줄기 두 줄기 또는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떠다니는 하얀 구름 그리고 함께 어울리는 푸른 산 빛‥‥‥. 마음이 푸근해진다.

 

날씨는 어느 새 장맛비 분위기. 주민의 30% 정도가 중국계이고, ‥‥‥, 가파른 산길에서 허덕이는 차 안에서 가이드의 설명은 계속된다. 아마존 지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산소 배출량이 많은 지역이라는 것, 그래서 지금은 나무를 베어 파는 대신 숲을 보존함으로써 그에 대한 대가로 돈을 벌어들인다는 것, 키톤치드를 많이 내뿜는 편백나무 숲이 특히 많다는 것, 팜나무에서 나는 기름[팜유] 또한 주요 소득원이라는 것, 여기 산악지대에서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여 저 아래 도시에 공급하고 있다는 것 등등.

 

관리사무소에서 입산신고를 하고, 입산허가증을 발부받은 다음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하루 입산 허가 인원은 140명이라고 한다. 도중에 과일가게에 들러 잠시 휴식. 지금까지 먹어본 바나나와 파인애플 중 가장 단 맛을 본다. 특히 파인애플은 파인애플 향을 먹인 설탕덩이가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하다. 5시가 넘어서 오늘 저녁 묵을 곳, 메실라우리조트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고 있다. 추적추적. 장맛비 내리는 저녁 바로 그 분위기다. 뭐 무슨 샤브샤브라고 하는 음식인데, 음식 자체에 대한 기억보다는 장맛비에 대한 추억만이.

 

이제 내일의 산행을 위한 휴식의 공간으로 간다. 남양주에서 온 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로 초저녁 한 때를 보내다가 자리에 누웠다. 룸메이트 최선생님도 저쪽 방 한 칸을 차지하고. 내일을 위한 짐 정리, 몸 정리, 마음 정리. 위암 수술을 받은 호인이 생각, 가정적으로 커다란 불행을 겪고 있는 사촌 동생 생각, 연로하신 장모님, 감기에 걸린 아내, 그리고 아이들 생각 등등. 밀림의 숨결에 간간이 섞이는 새소리인지 곤충소리인지, 잠은 자고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