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라 공자 추나라 맹자[노추산]
강원도 정선과 강릉 경계에 있는 노추산[1322m]에는 공자와 맹자의 기상이 서려 있다고 한다. 신라 설총이 두 성인을 기려 노추산이라 이름 지었고, 조선시대 율곡도 입산수도하여 학문을 크게 이룩했다고 한다. 산마루 가까이에 이성대[二聖臺]가 있다. 율곡의 후학 박남현이라는 사람이 유림의 도움을 받아 지었으며, 설총과 율곡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7월 24일, 불가마 같은 더위를 휘휘 털어내며 산으로 들어선다. 화덕에서 나온 것 같은 몸뚱이를 서늘하게 감싸는 것은 꼭 나무 그늘만이 아닌 듯하다. 산이 내뿜는 기운이랄까? 산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땀을 철철 흘리면서도 시원하고 마음이 안정된다. 거의 한 달 동안 술자리가 많았고, 운동량은 적었다. 무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계절, 이래저래 지칠 만큼 지쳐 있는 몸과 마음을 의탁할 곳은 역시 산.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무겁던 다리가 가벼워지고 띵하던 머리가 맑아진다. 바람소리, 물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새소리가 들린다. 벌레소리까지 ‥‥‥. 바람소리, 물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벌레소리 들이 어울리는 밑바닥에 산의 숨소리가 흐르는 걸 듣는다. 번뇌가 사라지는 자리에 채워지는 소리들.
조주선원을 지나고, 아라리샘터를 지나고, 이성대를 지나 노추산 표지석이 서 있는 산마루. 일망무제! 산봉우리들이 바다를 이루고, 산등성이들이 겹겹이 파도를 이루어 멀리 멀리 일렁인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눈이 시리도록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끝없이 펼쳐지는 산 바다와 하늘 바다! 하염없이 바라보는 산꼭대기 나그네.
종량동으로 내려와 구절리로 걸어오다가 만난 오장 폭포는 덤.
* 구절리-절골-조주선원-아리랑샘터-이성대-노추산[1322]-아리랑산[1342]-종량동-오장폭포-구절리.
* 오장폭포: 길이 209m 수직 높이 127m. 80년대 노추산광업소 업주가 노추산 정상부로부터 흐르는 물길을 돌려 폭포로 떨어지게 하였다고 함. 이유는 원래의 물길 때문에 갱구가 무너졌지 때문. 물길을 돌리기 전에도 폭포에는 물이 조금씩 흘렀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