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아! 동강.[백운산]

풍류산 2012. 7. 27. 08:06

오대산[노인봉/황병산]에서 발원하여 노추산 아래 구절리 앞을 흐르는 송천과 중봉산에서 시작한 골지천이 아우라지에서 만나 ‘강’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정선 조양강이다. 조양강이 사북․고한에서 흘러오는 지장천과 만나는 정선읍 가수리에서부터 평창강[서강]과 만나는 영월에 이르기까지를 ‘동강’이라고 한다. [이후 충주-여주를 거쳐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만나기까지를 남한강이라고 한다.]

 

영월 장성봉에서 잣봉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를 걸으면서 동강의 아름다음에 감탄했었다. 잣봉에서 어라연으로 내려서서 깨끗한 물을 만져보면서 또 감탄했었다. 한 달쯤 전에는 거북이마을로 가는 길에 맑고 깨끗한 물과 강돌과 백사장에 홀딱 반했었다.

 

오늘, 2012년 7월 25일. 동강 백운산[882m] 등성이를 오르내리면서 또다시 동강에 빠진다. 세상에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요새 세상에 어쩌면 저리 맑고 깨끗할까! 어쩌면 저리도 구불거리면서 저렇게 멋진 바위와 절벽들을 거느릴 수 있을까! 어쩌면, 어쩌면 ‥‥‥!

 

정선읍에서 솔치재를 넘어 귤암리에서 물가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면서부터 강은 나를 사로잡았다. 산허리에 감겨 흐르는 아침 안개와 어우러져 천진하게 흐르는 강물! 운치리 점재 마을 강가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산으로 들어선다. 깎아지른 듯 서 있는 산. 벼랑에 붙어 있는 길은 이내 가파르게 헉헉거린다.

 

운치리 점재마을에서 덕천리 제장마을까지 이어지는 산등성이길. 산도 산이지만 눈은 통째로 저 아래 흐르는 물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한다. 물가에 거의 수직으로 솟아 이어지는 산꼭대기 길에서 내려다보는 강. 뱀의 허리라고 저리 자유스럽게 구불거릴까? 돌고, 돌고, 또 돌고 도는 굽이굽이 물줄기가 신비롭기까지 하다. 물은 그냥 흐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물은 그냥 깨끗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물은 그냥 굽이치는 것만이 아니다. 가다가 쉬면서 깊이 맴돌기도 하고, 하얀 미소로 재잘거리기도 하고, 날려 보낼 듯 바위벼랑을 높이 세워두기도 한다. 산 위의 나그네는 물처럼 흘러 어디로 가나.

 

찜통 불볕을 생각하면 내려가기가 싫은 일이지만, 얼른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 인다. 저 강물에 풍덩 빠져보고 싶어서. 제장 마을. 집은 두어 채 보이는데 사람 그림자가 안 보인다. 그런 걸 따질 땐가. 울타리 같은 숲이 마을과 강을 나누고 있다. 강으로 들어선다. 이쪽은 백사장, 이쪽은 조약돌. 아! 이렇게 맑을 수가 있나? 깊은 계곡에서나 만날 수 있을 법한, 옥처럼 맑은 물이 이렇게 넓게 흐르다니!

 

발을 벗고 그대로 풍덩! 아! 시원한 거, 으! 좋은 거. 어렸을 적 수주 강에 소풍 갔을 때 제일 먼저 엎드려 강물을 들이키던 일이 생각난다. 머리까지 물속에 집어넣다가 그예 물을 먹고 만다. 코가 맵다. 이것도 어릴 적 멱을 감을 때 겪었던 그거다. 나오기가 싫다. 한참을, 한참을 텀벙거린다. 햇볕이 아무리 뜨겁다 해도 이 맑고 깨끗한 물속에서는 시원하기만 하다. 여기 이렇게 죽 이러고 있을 수는 없나? 아쉬움을 달래며 젖은 옷을 벗어 물기를 짜낸다. 누구 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 괜히 스스로 수줍다 만다.

 

짐을 챙겨 이번엔 물가 길을 잡아 자동차가 있는 점재 마을로 간다. 배가 고프다. 한 구비를 도니 민박집이 하나 나타난다. 그러니까 여기 하나 저기 하나 있는 민박집이 제장 마을을 이루고 있는 건가? 마침 마당에 나와 있는 주인아주머니, 맥주 한 병 청한 나그네에게 정답게 말동무를 해 주신다. 휴일이 되면 손님들이 몰려 올 것이란다. 맥주 맛이 꿀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