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무위자연[함백산]

풍류산 2012. 7. 27. 08:14

돌돌돌. 바윗장 밑을 흐르는 물소리가 새소리 벌레소리와 어우러진다. 그윽하고 호젓한 산길. 그제, 어제, 오늘, 이름난 명산들이지만 아무도 없다. 이 좋은 산길을 독차지 하다니. 이 무슨 복인가.

 

7월 26일. 강원도 정선 함백산[1572.9]. 전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고 하는데 여긴 초가을 바람이 분다. 이른 아침이긴 하지만, 반바지 반팔 차림에 선선함을 느낀다. 적조암 쪽에서 오른다.

 

사부작사부작 걷는데 나타나는 이정표. 적조암 갈림길. 적조암 1.5Km. 되짚어야 하는 길이지만 주저 없이 들어선다. 세상에 서두를 일 있나? 적조암은 그야말로 세속과 적조하게 숲속에 폭 파묻혀 있다. 그 적조함을 해치랴? 조용조용 발걸음을 되돌린다.

 

다시 그 갈림길. 정상을 향하는 길. 어쩌다 서둘러지는 발걸음을 달랜다. 빨리 가서 무얼 하게? 서두르다 보면, 마음이 앞서다 보면 힘들어지는 법. 일단 산길에 들어서서 걷다보면 그곳은 나타나게 되는 법. 그곳에 대한 생각은 잊어버리고 한 발짝 한 발짝을 즐길 일이다.

 

그곳에 다다랐을 때의 기분, 그 때의 광경을 미리 떠올릴 것까지는 없다. 그 때 기분은 그 때 가서 누릴 일이고, 지금은 지금의 발걸음을 내딛을 것. 지금을 걸으면서 지금의 광경을 보고 지금의 소리를 듣고 지금의 기분을 즐길 일이다.

 

발걸음을 시작하면 그곳엔 자연스레 다다르게 마련이다. 그 때 일을 지금 생각하다 보면 지금이 부실해지고 그러다 보면 그때도 부실해질 수 있는 것. 그 때를 미리 생각하다보면 서두르게 되고 서두르다 보면 몸이 힘들어지고, 몸이 힘들어지면 마음 또한 팍팍해지는 법. 집착에서 오는 고통. 그래서 무위자연인가? 무위라도 자연이라.

 

쪽쪽 쪼르 쪼르 쪽 쪽

쫑 쪼르릉 쫑

흉내 내기 힘든 새소리들.

호이 호이 호이 호이.

빠른 4음보 소리는 종종 듣던 소리.

여기저기에 서너 아름도 넘을 피나무 잣나무들 그리고 빽빽한 숲속 길이 좋다.

꿩도 아니고 닭도 아니고 메추리도 아닌 큼직한 새가 자주 보인다.

떼 지어 나는 고추잠자리 무리는 가을철이 되면 저 아래로 내려가 가을걷이 축제를 도울 놈들이지.

 

* 적조암 입구 - 적조암(삼거리) - 함백산 - 만항재 - 적조암 입구

* 함백산: 강원도 정선군과 태백시 사이. 해발 1572.9m. 태백의 진산. 산경표[조선 영조 때 신경준 지음]에 大朴山 /大朴[한밝] 太白[한백달] 咸白[한배달]은 모두 '크게 밝다'는 뜻을 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