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독야청청[영월 봉래산]

풍류산 2012. 10. 21. 20:43

10월 20일.

시우보우 캠프가 진행 중인 소백산유스호텔에서 눈을 떴다.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계절, 산속 아침 공기가 제법 차갑다.

봉래산이 궁금하고, 서부시장 메밀전병이 궁금하여 영월로 간다.

 

영월의 진산이라고 하는 봉래산은 성삼문의 시조에 나오는 그 봉래산이다.

해발 799.8미터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파르게 올라간다.

산 아래 깃들인 영월 읍내가 한 눈에 들어오고, 바닥까지 훤한 동강 맑은 물이 발밑에서 흘러간다.

멋들어진 다리 몇 개로 치장한 동강은 저만치에서 청령포를 막 지나치는 서강[평창강]과 만나고 있다.

 

아! 가을이라서 그런가?

강물은 어쩌면 저리 시리도록 맑은 것인가!

 

사부작거리며 올라선 산마루에 蓬萊山 표지석이 서 있고, 천문대가 있다.

아까부터 내려다보이는 영월읍내를 주~욱 둘러 보면서 땀을 닦고 깊은 숨을 고른다.

바로 저쪽이 태화산이고 요것은 계족산이다.

동강과 서강[평창강]이 만나 흘러가는 저 물은 영춘-단양-충주-여주, 그리고 양평에서 북한강과 만날 것이다.

얼마 전부터 그리도 궁금하던 봉래산에 이렇게 올라 獨也靑靑을 읊조리던 옛사람의 마음을 그려본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원초적인 물음 앞에 머뭇머뭇.

 

머뭇머뭇 내려오는 길에 저만치 두둥실 떠 흐르는 패러글라이더를 바라본다.

아까 꼭대기에서 막 채비를 차리던 그 사람이다.

저쪽 장릉 쪽을 바라다보면서 성삼문의 시조를 또 뇌어 본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어이셔

백설이 만건곤할 때 독야청청하리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가.

 

이제 서부시장으로 간다.

영월에 와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지짐이 기름 냄새가 확 풍겨온다.

시장 바닥 목로에 앉으면 어떤 그리움이 솟는 듯하다.

단골이라 해도 될 예미집 할머니의 소박한 인심이 동강 맑은 물처럼 잔잔하다.

잠깐 앉아 쉬었다가 가벼운 마음을 발길에 싣는다.

 

 

 

 

 

선암리로 간다.

평창강이 동강과 만나기 전에 서강이라는 이름으로 굽이치면서 만들어놓은 한반도 모양.

사진으로만 보았던 모습, 우리나라 한반도를 빼닮은 신기한 모습을 한참 동안 내려다본다.

영월군 서면을 영월군 한반도면이라고 이름을 바꾸어 놓는 ‘한반도 지형’

주차장에서 왕복 오 리 정도, 가벼운 산책길은 온통 북새통이다.

휴일을 맞은 주차장엔 자동차로 북새통, 간이식당들엔 사람들로 북새통.

 

봉래산과 서부시장 메밀전병과 한반도 지형에 대한 궁금증을 이렇게 풀고 간다.

눈길 닿는 모든 산은 울긋불긋 싱싱하게 타오르고 있다.

가슴 속에 타오르는 번민을 이렇게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