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와 천지폭포 그리고 가야[김해 무척산]
김해 무척산. 김해 땅에서 높이로는 상대가 없다는 산. 그래서 무쌍산이라고도 한다. 해발 702미터, 너른 김해평야에 우뚝 솟은 무척산에 올랐다. 2013년 2월 3일.
온통 가야 이야기로 넘치는 김해. 아득한 옛날에, 가야 여러 나라 중 금관가야가 김해에 있었단다. 전설 속 인물 김수로왕의 능이 있고, 가까운 곳에 왕비의 능이 있다. 익산에 있는 백제 무왕의 능과 선화공주의 능이 떠오른다. 무왕의 능과 선화공주의 능은 소나무 숲속 길로 오갔던 것 같은데 여기 두 능 사이엔 번화한 도시와 자동찻길이 붐비고 있다.
무척산 기슭에 있는 모은암은 가야의 두 번째 왕인 거등왕이 어머니인 허왕후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산마루 조금 못미처에 있는 연못에도 가야 수로왕 전설이 있다. 수로왕의 능을 만들 때, 자꾸만 물이 고이자 신보(申輔)가 고을 안 높은 곳을 파면 물이 고이지 않는다고 하여 그렇게 했더니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 음성 수레의산에 있는 전설의 못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조선시대 권근의 묘와 관련하여 비슷한 전설을 가지고 있는 감곡면 수레의산에 꼭대기 바로 밑에 있는 전설의 못[전설의 샘]. 그건 그렇고, 신보가 누구냐 하면, 허황후가 인도에서 올 때 따라와서 천부경이라는 벼슬을 하던 사람으로 그의 딸 모정이 거등왕의 왕비가 되었다고 한다.
천지 하면 백두산 천지가 떠오르게 마련, 백두산 천지에 장백폭포 있다면 무척산 천지엔 천지폭포가 있다. 연못은 얼지 않았는데, 폭포는 하얀 얼음 사이로 물을 흘리고 있다.
산에서 내려와 수로왕릉으로 간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하긴 아무리 아득한 옛날이고 작은 나라였다고 하지만 명색이 한 나라의 왕이었는데 ‥‥‥. 왕의 능도 왕비의 능도 잘 정비되어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왕비의 능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구지봉이 있다. 김수로왕을 비롯한 가야 여섯 왕 탄생설화의 장소.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수로왕, 인도에서 왔다는 왕비. 왕비의 이름 허황옥은 우리 역사에서 여자의 이름 중 가장 오래 된 이름이라던가? 왕비의 능 바로 옆에 있는 파사석탑의 돌은 왕비가 인도에서 올 때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나는 돌이 아니라는 것이 학자들에 의해서 확인되었다고 한다. 왕비의 능과 구지봉 사이에 도로가 나 있고 도로 위는 연결되어 있다. 다리처럼 또는 초미니 터널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