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산과 임존성
봉수산[483.9m]은 내포평야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다. 산마루 동쪽은 예산군 대흥면이고, 서쪽은 홍성군 금마면, 남쪽은 예산군 광시면이다. 대흥면 쪽 산기슭에 봉수산자연휴양림이 있고, 임존성은 산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뻗어가는 산줄기 일부와 광시면 쪽 골짜기에 걸쳐있다. 둘레 2.8Km로 백제 최대의 성이라고 한다. 1,400여 년 전, 흑치상지와 복신을 중심으로 한 백제 군사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지막 싸움을 벌이던 곳이다. 턱 없이 불리한 싸움에 내분이 겹쳐 난공불락이었던 성은 무너졌고 백제부흥운동은 끝이 났다. 그 때가 서기 663년 11월이었다.
우물터 옆에 묘순이바위 전설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충주 장미산성이나 영월 태화산성 등 전국적으로 널리 전해지고 있는 오누이장사 이야기다. 산 아래 대흥면은 '의 좋은 형제' 이야기의 고장이기도 하다.
2015년 2월 8일, 한동안 퍼지던 따뜻한 봄기운을 몰아내는 영하의 날씨에 하늘은 맑다. 예당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봉수산자연휴양림 입구에서 걸음을 뗀다. 산등성이에 올라서니 곧 성벽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허물어진 흔적과 다시 쌓은 성벽이 이어지는 길을 한 바퀴 돌아 산꼭대기에 오른다. 사방이 훤하다. 사방으로 벌판이고 벌판 건너 여기저기에 고만고만한 산봉우리들이 널려 있다. 지난주에 올랐던 용봉산이 저쪽이고, 가야산이 저기 큼지막하게 서 있다. 영하의 날씨라지만 햇볕 속엔 봄기운이 녹아 있다. 볼에 와 닿는 바람결이 쌀쌀하지만 포근하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중간에 산성도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보는 데 두어 시간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