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민이 지은 정자[횡성 운암정]

풍류산 2019. 9. 21. 22:32

 

 

 

음풍농월하는 선비가 아닌 평민이 지은 정자. 강원도 횡성읍에 있는 운암정은, 높은 벼슬을 하였거나,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지체 높은 양반이 아닌, 평민이 세운 정자란다.

 

김한갑과 이원식. 한 마을에서 가난하게 자란 두 사람은, 오로지 근검 절약으로 횡성에서 이름난 부를 이루었다. '자수성가를 기념하고,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1937년에 섬강 가에 정자를 짓고, 두 사람의 호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운암정이라고 하였다. 雲水 金漢甲, 靑巖 李元植. 정자 앞 안내판과는 달리, 강가, 진입로 입구 안내판엔 金鍾雲과 李原稙이라고 적혀 있다.

 

2019년 9월 21일. 횡성장날. 시끌벅적한 가을철 산골 장마당을 어정거리다가 횡성교 다리를 건너 운암정을 찾다. 강원도 문화재 자료 제17호. 철제 울타리가 둘러 있는 정자는, 찾는 이가 그리 많지는 않아 보이고, 우거진 숲에 싸인 것이 주변 경관을 제대로 감상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울타리 사이로 정자를 기웃거리다가, 산길을 따라 승지봉(300)에 올라 횡성읍내를 내려다보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태풍이 앞세워 보낸 빗방울이 제법 굵어진다. 숲을 때리고,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에 산길 나그네 발걸음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