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처절하게 아름다운 노래[정선 조양산-조양강]

풍류산 2019. 10. 9. 21:24



 

 

 
아리랑 고개는 웬 고개나
넘어가고 넘어올 적에 눈물만 흘리네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주기 임의 맛만 같아도
올같은 흉년에도 봄살어 나지
 
고추밭으는 늙어갈수록 이쁘기만 한데
우리네 인생은 늙어갈수록 추리하기만 하네
 
앞 남산 실안개는 산허리를 돌고요
정든 임 두 팔은 내 허리를 감는다
 
당신이 나를 알기를 흑사리 껍질로 알아도
나는야 당신 알기를 공산명월로 알아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
 
아리랑은 슬픈 노래이고, 비극의 노래인가. 인간 삶의 본연이 비극이고, 인생의 진실이 비극이란 말인가. 참된 아름다움인이란 비극 속에서 우러나는 것이란 말인가.
 
고난과 궁핍, 슬픈 사연을 이야기하되, 속되지 않은 노래.
눈물나는 사연을 담담하게 읊어 웃게 만드는 노래.
그래서 아름다운 노래. 아리랑.
 
2019년 10월 9일. 아리랑의 고장, 정선을 걷다. 정선역-조양강 강변길-애산사거리-조양산-조양강 강변길-정선아라리시장-정선역.
 
송천과 골지천이 아우라지에서 만나 조양강으로 흐르는 어디쯤에 정선 고을이 깃들어 있고, 강이 어천을 받아 품고 급하게 굽이져 흐르는 물가에 정선의 안산, 조양산이 있다. 작은 몸짓으로, 날아갈 듯, 단정하게 앉아 있다.
 
아라리시장에서 메밀부치기에 옥수수 막걸리 한잔 하며, 벽에 붙어 있는 아라리 노래 한 구절을 속으로 따라가다.
 
식민지 시대에, 이국 땅에서, '오로지 진실을 추구'하는 자세로, 고난에 찬 항일독립투쟁의 삶을 엮어 낸 어떤 사람을 생각하다. 그 사람의 삶을 기록하여 남긴 먼 나라 사람을 생각하다. 김산-본명은 장지락, Nym Wales-본명은 Helen Foster Snow. 책 이름이 '아리랑'이다. Song of Arirang.
 
또 한 사람, 한국 민주화 여정에서 '사상의 은사'라고도 불렸던 사람. 일본 어느 서점에서 일어판 '아리랑'을 발견하였고, 그 감동을 국내에 전파한 사람. 오로지 '진실만을 추구'한다고 하였던 사람, 리영희 선생을 생각하다. 그와 그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고단하고 궁핍했던 삶을 생각하다. 조심스럽지만, 감히, 처절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