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씨굴을 찾다

풍류산 2019. 10. 19. 22:58

 

 

- 4~5억 년 전에 형성

- 임진왜란 때 고씨 일가 피난

- 1969년 6월 4일 천연기념물 제219호

- 1974년 5월 15일부터 일반에 공개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으로 흐르기 시작하여 얼마 안 되는 물가, 태화산 가파른 벼랑에 뚫린 영월 고씨굴. 흔히 고씨동굴이라고 한다.

 

2019년 10월 19일 토요일. 단풍은 아직 먼산 꼭대기에서 머뭇거린다. 어쩌다 지나칠 때마다 물 건너로 눈길만 보냈던 곳을 맘먹고 찾았다. 입구에서 520m쯤 되는 곳까지 들어갔다가 되짚어 나오는 길에, 날씬한 몸도 간신히 빠져야 할 곳이 더러 있고, 키 작은 사람도 머리를 숙여야 하는 곳도 있다. 종유석이나 석순 등은 다른 석회 동굴에 비해 많지 않고, 가장 큰 동굴 광장도 그리 넓지 않지만, 은근한 매력이 있다. 입구에서 얼마 안 되는 곳에, 고씨 일가족이 거주했던 흔적이 남아있다는 안내 표시가 있어 살펴 보니, 충분한 믿음이 간다.

 

동굴 앞에서 보니, 건너편 계족산 오르는 길에 있는 정양산성은 복원공사가 끝난 듯 보이고, 가파른 산벼랑 밑을 흐르는 물은 묵직하고, 그윽하다. 태화산성에서 길을 헤매던 일, 태화산 한쪽 등성이를 넘는 외씨버선길에서 화전민터를 지나던 일, 발산과 봉래산, 장릉과 청령포, 서부시장 메밀전병 등 꽤나 되는 추억을 더듬다. 이어, 김삿갓계곡을 찾다.

 

김삿갓문학관 앞에선 '슬로시티 김삿갓면 느림의 축제'가 조촐하게 떠들썩거리고, 이웃한 의풍 마을은 한가롭기만 하다. 영주시 부석으로 넘어가는 길이 포장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일 테지. 경북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삼도접경공원이 꾸며져 있고, 금줄 울타리를 두른 소나무 아래엔 '端宗大王神位' 작은 돌이 세워져 있고, 고급 승용차 옆에선 초로의 한 사내가 섹스폰 연주를 하고 있다. 나홀로 공연, 아니면 조용한 곳을 찾아 연습을 하는 것이겠지. 이런, 이 한적한 산골짝에 서울 소식이 띵똥한다. 집회 현장 얘기가 섞여서 온다. 패가 갈려, 원칙이라곤 없이, 막가파식으로 싸움을 거는 사람들. 대 혼란이요, 대 혼돈의 시대다. 세월은 무상하고, 계절은 어김이 없고, 저마다 제멋을 사는 인간 세상 또한 변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