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

의령의 진산[자굴산]

풍류산 2020. 1. 11. 21:09

 

 

 

우뚝 솟은 성문의 망대라는 뜻을 가진 이름. 경상남도 의령의 주산이자 진산이라는 자굴산(897). 산에 들어서기에 앞서, 깨끗하고, 맑고, 포근하게 보이는 산세를 한참 바라보다. 산 아래까지 오면서 지나는 마을들이 넉넉하고 안온한 모습으로 다가오던 것을 생각하다.

 

산길에 자색 돌멩이, 자색 흙바닥 들이 자주 눈에 띄다. 산 이름에 쓰인 한자의 의미와는 다르지만, 공연히 관계가 없으려나 생각해 보다. 한겨울 봄날씨 산위에서 오랜만에 서릿발을 만나다. 2020년 1월 11일. 내조마을 주차장-절터샘-자굴산-베틀바위-달분재-주차장.

 

호암 이병철 생가에도 잠깐 들르다. 마을이 아늑해 보인다. 저쪽 남강 솥바위(정암/부자바위) 전설을 생각하다. 옛날에 어느 도인이 말하기를, 이곳 30리 안팎에서 나라 안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둘 나올 것이다. 실제로, 여기, 의령군 정곡면 부자 마을에 있는 삼성 이병철 생가와 진주시 지수면 승산 마을, 럭키 구인회의 고향은 둘 다 솥바위로부터 30리쯤 되는 곳이고, 두 사람은 보통학교를 함께 다닌 죽마고우라고 한다.

 

호암 이병철이 나라 안 제일 부자가 되었고, 생가 마을 이름이 부자마을이어서인지 부자한우촌, 부자떡방아간, 부자밥상 등, 의령 곳곳에서 부자○○라는 간판이 자주 눈에 띄다.

 

또, 의령은 망개떡의 고장. 아득한 옛날, 가야와 백제가 적대 관계를 해소하고자 혼인을 맺었는데, 가야의 신부가 이바지 음식으로 망개떡을 가져갔단다. 무려 1,400여 년의 전통을 가진 의령 망개떡. 임진왜란 때는 의병들이 산속으로 다니면서 망개떡을 먹었다고 한다. 이곳은 홍의장군으로 유명한 의병장 곽재우의 고향이기도 하지. 찹쌀 반죽 안에 팥소를 넣어 만들고, 방부재 역할을 하는 망개 잎으로 감싼 떡. 의령 곳곳에 망개떡이다. 망개나무의 표준어는 청미래덩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