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오봉산
춘천 오봉산 기슭에는 청평사가 있고, 산 아래에 소양호가 있다. 세종 오봉산 아래엔 강화 최씨 종가 터가 있고, 고복저수지가 있다. 경주 오봉산 기슭에는 여근곡이 있고, 보성 오봉산에서는 칼바위가 한 멋을 한다.
2023년 1월 11일 수요일. 오늘은 전라북도 완주 오봉산이다. 산등성이 너머는 임실 땅이기에 임실 오봉산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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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구이면 백여리 105번지. 소모 마을 언덕배기에 있는 오봉산주차장에서 걸음을 뗀다. 서너너덧 가구쯤으로 보이는 산골 마을을 벗어나면서 1봉 쪽으로 길을 잡아 올라간다. 엊저녁 술자리가 좀 길었었던가. 짤막짤막한 비탈에서 다리가 무겁다.
1봉-2봉-3봉-4봉-5봉. 5봉에 오봉산 푯돌이 있다. 해발 513.2m.
5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옥정호가 한 풍경을 한다. 물이 좀 줄어 있긴 하지만, 한 폭 그림처럼 펼쳐지는 저건 인간으로선 감히 흉내낼 수 없는 몸짓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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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이 무슨 마음이 있어 어떤 것을 의도했으랴. 물이 흐르는 대로, 산이 흐르는 대로, 저절로 그려지는 대로,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한 점 숨김도 없고, 뽐냄도 없는 몸짓. 내려다보이는 붕어섬은 안동 하회마을과 닮은꼴이다. 예천 회룡포와도 닮았고, 무주 앞섬마을과도 닮은꼴이다.
사방 첩첩이 너울지는 산 바다에도, 호수에도, 희끗희끗 눈이 쌓였다. 산도, 이리저리 얼음을 거느린 물도, 허공도, 온통 겨울빛이다.
양지 쪽 산길은 가랑잎이 미끄럽고, 응달엔 눈얼음이 미끄럽다. 언 흙이 녹아 질척이는 곳도 있다.
소한을 지난 볕엔 봄기운이 흐르고 볼을 간질이는 바람결엔 시원한 보드라움이 배어 있다. 머지않아 먼산 응달에 쌓인 눈얼음까지 녹아내리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옥정호에도 물이 차오르겠지.
오봉산주차장-1봉-2봉-3봉-4봉-5봉-주차장. 4봉에서 1Km거리에 있는 국사봉을 빤히 바라보며 몇 발짝 옮기다가 되돌아서다. 7.09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