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마애불상[충주 봉황리, 창동리]

풍류산 2023. 4. 1. 21:15

2023년 4월 1일 토요일. 눈부신 볕에는 더운 기운이 돌고, 얌전한 바람결에는 시원한 기운이 도는 날씨, 봄날씨다. 어디를 가나 벚꽃이 하얗게 부풀어오르고, 개나리가 노랗게 환하고, 산기슭마다  진달래 붉은빛이 점점이 다소곳하다. 점심을 먹고 나서 가볍게 움직여 본다. 발길이 닿는 대로 따라가 본다.

충주 봉황리 마애불상군: 충주시 중앙탑면 봉황리 햇골산 중턱에 있다. 높이 1.7m, 너비 5m 되는 바위에 불상과 보살상들이 한 줄로 양각되어 있다. 모두 여덟이라고 하는데, 내눈으로는, 그걸 모두 찾아내기가 어렵다. 왼쪽으로 두어 발짝 거리에 마애불상이 하나 더 있다. 오른쪽 불상들보다 크고, 좌불이다. 6세기 말에서 7세기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며, 삼국 시대 불상으로는 보기 드문 예라고 한다.

봉황리 마애불상군
왼쪽 마애불
건설 중인 산길

저 아래, 여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남한강이 흐르고 있어, 강변을 따라 불교가 전파되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모양이 일부 깨진 것은 오랜 세월 탓이리라. 보물 제1,401호.

산밑 주차장에서 가파른 철계단 길을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불상군을 들여다보고, 주변을 보고, 산을 보고, 허공을 본다. 긴 세월을 본다.

불상군을 지나 산 옆구리를 두르는 산길이 이어지고, 길을 따라 연등이 이어진다. 무슨 절이 있는가 하고 따라가 보니, 얼마 안 가 길이 막힌다. 그러고 보니, 길가에 작업 도구들이 보인다. 아니, 둘레길을 만드는 건가. 연등은 마애불상군이 있어 매달린 것이겠지.

돌아오는 길에 창동리마애불상을 뵙는다.

창동리 마애불상
창동리마애불상 아래 바위에 있는 글씨들
창동리마애여래입상에서 탄금대 쪽

창동리 마애불상: 충주시 중앙탑면 창동리 남한강 강가 절벽에 있다. 높이 4m 정도이고, 고려 시대 지방색을 나타내는 마애불로 추정한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76호.

남한강을 오가는 뱃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앞을 지날 때, 반드시 배를 가까이 몰고 와서 예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옛 뱃사공들에게서 채록한 이야기라고 한다

마애불 몸통 부분에 붉은빛이 배어난 것을 두고, 임진왜란 때, 저기, 탄금대 전투에서 전사한 신립 장군의 한이 서린 것이라는 전설이 있는데, 실은, 바위에 섞인 철분 때문이라고 한다.

창동리 마을 앞 도로 건너에서 가파른 계단을 밟고 작은 동산에 올라선 다음, 물가로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 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강물에 바짝 붙은 바위 절벽에 새겨진 마애불. 고개를 들어 바라보려면 어질어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마애불을 올려보고, 강물을 바라본다. 마애불은 형태가 아주 뚜렷하지는 않고, 마애불 아래엔 먹으로 쓰고, 새긴 한문 글씨들이 어지럽다. 그늘이 시원하고, 바람이 시원하고, 강물이 시원하다. 지금은 탄금호수로 변한 강물은 널찍하고, 묵직하다. 저쪽으로, 탄금대와 탄금대교가 너른 호수와 어우러지면서 한 풍경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