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궐산[순창]
2023년 4월 10일 월요일. 맑은 하늘에 맑은 햇살이 퍼지고, 산과 들엔 연둣빛이 아지랭이처럼 어른거린다. 전라북도 순창, 섬진강 강가에 솟은 용궐산을 걷는다.
용궐산: 옛 이름은 용여산(龍女山), 용골산(龍骨山)이었고, 2009년에, 용의 뼈에 생기를 불어넣자는 주민들의 건의로, 용궐산(龍闕山)이 되었다. 산꼭대기 신선바위에 희미하게 보이는 바둑판이 그려져 있고, 6.25 때 빨치산이 사용했다는 참호가 있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산천 풍경이 깨끗하고, 산 아래에는 섬진강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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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용여암(龍女岩)이라는, 산 중턱 거대한 바위 벼랑에 잔도를 설치하였다. '용궐산 하늘길'이다. 그 하늘길에 지금은 들어설 수가 없다. 지난 3월부터 오는 6월 말까지 공사 기간이란다. 안전 시설 보강인가, 증설인가. 보기 좋은 바위는 그냥 바라보면서 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게 어떨까. 저 위험한 곳에, 저렇게 위험한 공사를 굳이 벌이는가. 인간의 욕심인가, 인간 능력을 과시하는 오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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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강가, 용궐산 치유의 숲 주차장에서부터 가파르게 올라왔다. 닭벼슬능선, 이름에 어울리는 길에서 모처럼 땀을 흘리고, 비룡정에 올라 숨을 고른다. 느진목, 된목, 하는 것은 옛 사람들이 넘어다니던 고갯마루였었겠지. 산마루에서 두리번두리번, 한참을 서성이다가 옹굴을 지나 요강바위 쪽으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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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굴과 요강바위: 용궐산 옛 이름이 용여산이었던 것은 용굴에 암용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마음씨 착한 암용은 강가에 사는 수거북이와 친하게 지내면서 서로가 신선이 되고자 했다. 용은 산 중턱에 용굴을 만들었고, 거북이는 강가 바위에 구멍을 뚫어 집을 만들었다. 천 년 동안 서로 사랑하며 선행을 베풀었다. 그리하여 암용은 선녀가 되었고, 거북이는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산 이름은 용여산(龍女山), 마을 이름은 장구목(長龜沐)이라고 하였다. '장수한 거북이가 목욕을 하면서 살았다'는 뜻이란다. 거북이가 살던 집, 구멍 뚫린 바위가 지금의 요강바위라고 한다. 요강처럼 생긴 바위. 높이 2m, 넓이 3m, 무게 15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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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굴에서 두어 발짝 거리에 있는 용유암 터에는 나주 임씨 중시조 임문수의 전설이 있다. 임문수(1802~1883)는 용유암에서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하였고, 병조정랑, 병조참의 등 높은 벼슬을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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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궐산 치유의 숲 주차장-닭벼슬능선-비룡정-느진목-된목-산마루(646)-용굴-용유암터-장구목(요강바위)-주차장. 6.37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