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

용궐산[순창]

풍류산 2023. 4. 10. 23:36

2023년 4월 10일 월요일. 맑은 하늘에 맑은 햇살이 퍼지고, 산과 들엔 연둣빛이 아지랭이처럼 어른거린다. 전라북도 순창, 섬진강 강가에 솟은 용궐산을 걷는다.

용궐산: 옛 이름은 용여산(龍女山), 용골산(龍骨山)이었고, 2009년에, 용의 뼈에 생기를 불어넣자는 주민들의 건의로, 용궐산(龍闕山)이 되었다. 산꼭대기 신선바위에 희미하게 보이는 바둑판이 그려져 있고, 6.25 때 빨치산이 사용했다는 참호가 있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산천 풍경이 깨끗하고, 산 아래에는 섬진강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용궐산

2020년에, 용여암(龍女岩)이라는, 산 중턱 거대한 바위 벼랑에 잔도를 설치하였다. '용궐산 하늘길'이다. 그 하늘길에 지금은 들어설 수가 없다. 지난 3월부터 오는 6월 말까지 공사 기간이란다. 안전 시설 보강인가, 증설인가. 보기 좋은 바위는 그냥 바라보면서 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게 어떨까. 저 위험한 곳에, 저렇게 위험한 공사를 굳이 벌이는가. 인간의 욕심인가, 인간 능력을 과시하는 오만인가.

용궐산에서 보는 섬진강/천담 쪽
용궐산에서 보는 섬진강/순창 쪽

섬진강 강가, 용궐산 치유의 숲 주차장에서부터 가파르게 올라왔다. 닭벼슬능선, 이름에 어울리는 길에서 모처럼 땀을 흘리고, 비룡정에 올라 숨을 고른다. 느진목, 된목, 하는 것은 옛 사람들이 넘어다니던 고갯마루였었겠지. 산마루에서 두리번두리번, 한참을 서성이다가 옹굴을 지나 요강바위 쪽으로 내려온다.

용굴

용굴과 요강바위: 용궐산 옛 이름이 용여산이었던 것은 용굴에 암용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마음씨 착한 암용은 강가에 사는 수거북이와 친하게 지내면서 서로가 신선이 되고자 했다. 용은 산 중턱에 용굴을 만들었고, 거북이는 강가 바위에 구멍을 뚫어 집을 만들었다. 천 년 동안 서로 사랑하며 선행을 베풀었다. 그리하여 암용은 선녀가 되었고, 거북이는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산 이름은 용여산(龍女山), 마을 이름은 장구목(長龜沐)이라고 하였다. '장수한 거북이가 목욕을 하면서 살았다'는 뜻이란다. 거북이가 살던 집, 구멍 뚫린 바위가 지금의 요강바위라고 한다. 요강처럼 생긴 바위. 높이 2m, 넓이 3m, 무게 15톤.

용유암 터

용굴에서 두어 발짝 거리에 있는 용유암 터에는 나주 임씨 중시조 임문수의 전설이 있다. 임문수(1802~1883)는 용유암에서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하였고, 병조정랑, 병조참의 등 높은 벼슬을 하였다고 한다.

섬진강/용궐산 아래

용궐산 치유의 숲 주차장-닭벼슬능선-비룡정-느진목-된목-산마루(646)-용굴-용유암터-장구목(요강바위)-주차장. 6.37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