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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청미천 냇길]
갈대, 물억새, 비수리, 환삼덩굴, 가시박, 강아지풀, ... 폭 넓은 냇바닥 우거진 풀숲 여기저기에 버드나무가 우뚝우뚝하고, 물줄기는 요리조리 제 갈 길을 찾는다. 조붓한 냇길은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다. 갈빛 갈꽃, 허연 억새꽃이 무더기무더기 한들거린다. 미국쑥부쟁이꽃이 하얗게 모였고, 낮달맞이 노란 꽃잎이 맑은 햇빛을 받는다. 노랑나비가 날고, 작은 새떼가 이리 앉고 저리 난다. 아, 저건 후투티가 아닌가. 부리가 길고, 뒤통수에 깃털을 꽂은 듯한 새. 참으로 오랜만이다.2026년 10월 25일 일요일. 하늘은 훤하고, 바람은 서늘하다. 경기도 여주시 점봉면 현수리에서 이천시 장호원까지 10Km 남짓, 청미천 냇길을 걷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걷는 건지 흐르는 건지,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2026.10.26 -
은혜 갚은 꿩, 산신령의 집[치악산 상원사, 성황림]
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어린 꿩을 구렁이가 혀를 날름거리며 노려본다. 어미 꿩이 안타깝게 울부짖는다. 지나가던 청년이 화살을 날린다. 구렁이는 죽고, 어린 꿩은 살아난다. 한밤중, 곤히 잠든 청년의 몸을 구렁이가 칭칭 감는다. 저 위 절에 있는 종이 세 번 울리기 전에 너를 죽여 서방님의 원수를 갚겠다. 그때, 땡~ 땡~ 땡~. 종소리가 난다. 놀란 구렁이는 허겁지겁 도망치고, 청년은 목숨을 건진다. 이튿날,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죽은 꿩 세 마리를 청년이 정성껏 묻어 준다. 그는 과거를 포기하고, 그곳에 절을 짓는다. 치악산 상원사다. 남대봉 턱밑, 해발 1,100m 높은 곳에 있는 절이다.2026년10월 19일 월요일. 원주 신림 성황 마을에서 상원사로 가는 계곡을 걷다. 서늘한 공기, 고운 단..
2026.10.20 -
세월을 걷다[여주 여강길]
2026년 10월 14일 수요일. 여강길을 걷다. 여강은 여주 신륵사 앞을 흐르는 남한강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따가운 가을볕, 서늘한 강바람, 검푸른 강물. 강천보 옆 한강문화관을 둘러본 후, 신륵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다. 연양동 유적, 신륵사, 영월루, 강천보, 한강문화관, 금은모래강변공원, 캠핑장, 남한강 출렁다리, 여강길, 경기둘레길, ... 말없이 흐르는 강가에 숲이 있고, 길이 있다. 옛사람들 흔적과 이야기가 있고, 요새 사람들의 몸짓이 있다. 자연과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그림같은 풍경이 있다.강천보는 말 많던 사대강사업의 유물이고, 한강문화관엔 우뚝 솟은 전망대 아래 두 전시실과 편의시설이 있고, 가까운 곳에선 철교 공사가 한창이다. 연양동 유적은 삼국 시대 주거 시설 등이 발견된 곳이고..
2026.10.15 -
수승대[거창]
2026년 10월 7일 수요일. 수승대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웠다. 위천 물가 숲길을 걷는다. 명승으로 지정된 빼어난 경치와 옛사람들 삶의 흔적과 옛날이야기가 골짜기에 가득하다.거북처럼 생긴 바위와 멋들어진 소나무들, 거북바위 아래 파랗게 못을 이룬 물, 너럭바위, 돌개구멍, 거북바위에 빼곡한 옛사람들의 글씨, 그들이 경치를 즐기고 학문을 논하던 요수정, 구연서원, 관수루, 함양재, 용연정, 여러 비석, 토굴에서 수도하던 스님이 부처의 계시를 받고 지었다는 원각사, 수백 년 됐음직한 왕버들 고목들, 의원 유이태가 서당 시절에 여우에게 홀렸던 이야기를 전하는 이태사랑바위, 요새 사람들이 만든 출렁다리, ... 길 건너 황산 마을까지. 땀이 나는 듯 마는 듯, 몸과 맘이 가뿐하다.수승대. 경상남도 거창군 위천..
2026.10.08 -
장을 펴면 장이 선다[문경 봉천사 개미취]
들에 피는 국화라. 벌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 감국, 산국, ... 이런 것들을 들국화라고 한다.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되, 그냥 그렇게 알고 있다. 색깔은 각기 다르지만, 꽃의 모양과 크기가 비슷비슷하고, 작은 국화를 닮았다. 모두가 가을꽃이다.2026년 9월 28일 월요일. 오늘은 개미취다. 경상북도 문경시 호계면 봉천사. 넓고 완만한 비탈이 온통 보랏빛이다. 꽃향기가 진하고, 작은 벌들이 잉잉거린다. 잿빛 기와지붕과 500년 보호수 등 소나무 푸른 빛이 여기저기에 우뚝하고, 곳곳에 바윗돌이 앉았다. 이따금 마애불이 서 있고,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오간다. 따가운 가을볕, 산들산들 산들바람, 높푸른 하늘 아래 보랏빛 바다. 가을날 산속 한 풍경이다.꽃밭에서 나와 산길로 들어서다. 높지 않고, 오르..
2026.09.29 -
풍동 느티나무[충주]
2026년 9월 25일 금요일.
2026.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