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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고 놀라다[울진 왕피천]
왕이 피난했던 곳이라서 왕피리요, 왕피천이란다. 어느 왕이냐고? 삼한 시대 실직국의 안일왕이란다.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라는 말도 있고, 홍건적에게 쫓긴 고려 공민왕이라는 말도 있지만, 적에게 쫓긴 안일왕이 여기에서 가까운 통고산을 넘으면서 통곡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굳이 따진다면, 안일왕이라고 해야겠다.2026년 8월 5일 수요일. 울진군 금강송면 삼근초등학교 앞에서 왕피리로 가면서 놀라고, 또 놀라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다. 세상에나! 이 험한 산속에 어떻게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냈단 말인가. 구불구불, 돌고, 돌고, 돌면서 한참을 올라가고, 또 한참을 심하게 구불거리면서 내려간다. 왕피천 자연생태공원까지 12Km쯤 되는 길이다. 더위를 피하여 오지를 찾는 사람들인가,..
2026.08.05 -
죽었다가 살아나다[영주 충신수]
1457년 무렵에 죽었다가 1683년 무렵에 되살아났다.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금성대군 신단 뒤에 있는 은행나무 이야기다. 금성대군은 조선 단종 임금의 삼촌이다. 열두 살이라던가. 어린 나이에 임금이 된 단종은, 또 다른 삼촌 수양대군(세조)에게 임금의 자리를 빼앗겼고, 수양의 동생 금성대군은 조카에게 임금 자리를 되찾아 주려다 실패하였고, 단종은 산 너머 영월에서, 금성대군은 여기 순흥에서 죽임을 당했다. 이때 폐지된 순흥부는 200여 년이 흐른 1683년에 다시 설치되었고, 1719년, 옛터에 제단이 설치되었다. 당시 순흥 사람들이 금성대군을 신처럼 여겼기에 신단이란 이름이 붙었으며, 지금도 봄가을에 제사를 지낸다."순흥이 죽으면 이 나무도 죽고, 이 나무가 살아나면 순흥도 살아나네."언제부터인가 순..
2026.07.31 -
600년 갈참나무[영주]
순흥 벽화고분, 소수서원, 선비촌, 순흥 향교, 금성대군 신단, 부석사.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에서 순흥면-단산면-부석면으로 이어지는 28번 지방도에서 만날 수 있는 유적들이다. 죽계구곡, 달밭골, 비로사나 초암사를 지나는 소백산 등산로 등 잠깐이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갈림길도 있다. 2026년 7월 31일 금요일. 오늘은 단산면 병산리에 있는 갈참나무다.영풍 병산리 갈참나무. 황전이라는 사람이 1426년에 심었다고 하니, 2026년, 올해 나이 딱 600인 셈이다. 높이 14m쯤, 나무 밑동 들레 3m 남짓이라고 한다. 천연기념로 지정될 당시(1982년) 행정구역 이름이 영풍군이었기에 '영풍 병산리 갈참나무'라고 한다.마을 뒷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는 병산 마을. 갈참나무는 마을 입구에, 작고 둥..
2026.07.31 -
개인약수 가는 길[인제]
열 개(開) 어질 인(仁) 하여 개인산. 사람의 어진 마음을 열어준단다. 맑고 깨끗한 산의 정기를 받아 사람의 마음도 맑고 깨끗해진단다. 너그러워지고, 덕행이 높아진단다. 풍류산 어진 정기 받아 이어서... 하는 어릴 적 부르던 교가가 떠오른다. 홍천 백암산에서 본 폭포 이름도 생각난다. 열 개(開) 신령 령(靈) 하여 개령폭포, 음이 변하여 가령폭포라고 한다. 맑은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맑은 물빛, 그 맑은 기운이 가슴을 두드리는 걸 느꼈었다. 깊은 산속에서 산의 숨결을 느끼곤 하는 것도 생각한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니 서로 통하는 것이리라. 섭리이리라.강원도 인제군 상남면에 개인산(1,341)이 있고, 개인산 맞은편, 방태산 중턱에 개인약수가 있다. 해발 940m로 나라 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
2026.06.27 -
덕성산[진천]
큰 덕(德) 성인 성(聖), 하여 덕성산. 예로부터 덕이 높고 성스러운 인물이 많이 나거나 머물렀다고 한다. 요순 시절처럼 편안하다는 뜻으로 요순산, 오랑캐가 없다는 뜻으로 무이산, 모든 일이 순리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무위산, 근심 걱정이 없다는 뜻으로 무수산, 나라의 스승이 노닐었다 하여 국사봉, 이름이 여럿이다. 충청북도 진천군과 경기도 안성시의 경계에 있다.삼국 시대 신라와 백제의 접경 지대였고, 산마루에서 기왓장, 토용(흙으로 만든 인형) 등이 출토되었으며, 화랑 관련 설화를 가진 지명이 산발치에 흩어져 있다. 신라 장군 김유신이 어린 시절 무술을 연마하면서 화랑 정신을 기르던 곳이란는 무술 마을, 화랑들이 비둘기를 길들이던 곳이라는 비들목(편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길들인 비둘기를 전서구 傳..
2026.06.21 -
상안리 명품숲[횡성]
옛날엔 국도였다. 저쪽에 번듯한 새 길이 닦여 옛길을 대신하게 되었고, 버려진 흙길은 한적한 숲길이 되었다. 횡성군 안흥면 상안리에서 평창군 방림면 계촌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새 길이 닦이면서 문재에 터널이 생겼지만, 흙길은 지금도 고개를 넘는다. 42번 국도, 방림까지 18Km. 그 시절을 이야기하자는 것인가. 횡성군과 평창군의 경계가 되는 문재 고갯마루에 낡은 이정표가 그대로 서 있다.상안리 명품숲. 상안리에서 문재까지, 길은 완만한 기울기로 구불구불 올라간다. 흐르는 세월 속에 우거진 숲은 명품이 되었고, 길은 '걷기 좋은 길'로 소문이 났다. 백덕산과 사재산 품속이다. 잣나무, 낙엽송, 소나무, 참나무 들이 하늘을 찌르고, 무성한 잎가지는 하늘을 가린다. 낙엽송숲과 잣나무숲은 인공림이고, 나머지..
20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