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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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 둘레길[목포]
숲길로 들어서다. 잠깐 오르막 다음에 물가로 내려서서 해안선을 따라 물 위에 떠 있는 나무 데크 길을 걷다. 바닷물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5월 햇볕이 따갑고, 바람은 시원하다. 데크 길 끝에서 산길로 올라서서 나뭇잎 그늘 속을 걷는다. 한여름 무더위에 비길 바는 못 되지만, 땀이 흐르고, 푸른 그늘 살랑바람에 몸과 맘이 온통 시원하다.2024년 5월 18일 토요일. 고향 선배들 몇몇과 어울려 목포 고하도 둘레길을 걷는다. 북항 승강장에서 케이블카에 올라 유달산을 넘고, 고하도 승강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걷는다. 숲길, 해안선 데크 길, 푸른 바다, 푸른 하늘, 흰구름, 맑은 햇빛, 맑은 바람, 맑은 웃음. 옛날이 되어 버린, 조그만 산골 마을 풍경이 아련한 듯 또렷한 듯 떠오른다. 바람처럼 흐르고, 물처..
2024.05.20 -
용궐산[순창]
2023년 4월 10일 월요일. 맑은 하늘에 맑은 햇살이 퍼지고, 산과 들엔 연둣빛이 아지랭이처럼 어른거린다. 전라북도 순창, 섬진강 강가에 솟은 용궐산을 걷는다. 용궐산: 옛 이름은 용여산(龍女山), 용골산(龍骨山)이었고, 2009년에, 용의 뼈에 생기를 불어넣자는 주민들의 건의로, 용궐산(龍闕山)이 되었다. 산꼭대기 신선바위에 희미하게 보이는 바둑판이 그려져 있고, 6.25 때 빨치산이 사용했다는 참호가 있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산천 풍경이 깨끗하고, 산 아래에는 섬진강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2020년에, 용여암(龍女岩)이라는, 산 중턱 거대한 바위 벼랑에 잔도를 설치하였다. '용궐산 하늘길'이다. 그 하늘길에 지금은 들어설 수가 없다. 지난 3월부터 오는 6월 말까지 공사 기간이란다. 안전 시설 ..
2023.04.10 -
산동면 산수유[구례]
2023년 3월 14일 화요일.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산위 마을, 노랗게 꽃을 피운 산수유나무 숲속을 헤집다. 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꽃이 바다를 이루어, 위로, 아래로, 이쪽으로, 저쪽으로, 마구 번지고 있다. 나그네 가슴도 노랗게 물이 들다. 한참만에 정신을 차리고, 계척 마을 할머니 나무를 찾아간다.산수유 시목: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산수유나무이고, 1,000여 년 전에 중국 산동성에서 가져와 심었다고 한다. 구례군 산동면 계척 마을에 있다. 이웃, 달전 마을에 있는 할아버지 나무와 더불어 할머니 나무라고 한다.계척 마을에서 할머니 나무를 뵙고, 달전 마을 할아버지 나무를 찾아간다. 달전 마을 할머니께 길을 여쭈니, 길을 설명하시면서, 진짜 할아버지나무는 오래전에 죽었고, 그 아들 나무를 모시고..
2023.03.14 -
천반산[진안]
"기축옥사의 주인공 정여립(1546~1589)의 한이 서린 곳" 조선 선조 때, 서인들의 등쌀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 정여립은, 천반산 아래 죽도에 시설을 지어놓고, 산에서 대동계 계원들과 함께 무예를 닦았다고 한다. 역모로 몰렸고, 천반산에서 아들과 함께 자결하였다고 한다. 정여립이 실제 역적 모의를 했는지는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고 하며, 1,000여 명이 희생된 기축옥사로 동인은 완전히 몰락하였고, 서인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 오늘날 일반적인 평가라고 한다. 권력을 향한 인간의 잔인함과 무서운 음모를 말하기도 한다. 오늘날 정치판은 어떤가. 2023년 3월 2일 목요일. 진안군 동향면 성산리. 천반산자연휴양림 앞 구량천 물가에 가파르게 솟아 병풍처럼 이어지는 천반산 산등성이를 바라보다...
2023.03.02 -
완주 오봉산
춘천 오봉산 기슭에는 청평사가 있고, 산 아래에 소양호가 있다. 세종 오봉산 아래엔 강화 최씨 종가 터가 있고, 고복저수지가 있다. 경주 오봉산 기슭에는 여근곡이 있고, 보성 오봉산에서는 칼바위가 한 멋을 한다. 2023년 1월 11일 수요일. 오늘은 전라북도 완주 오봉산이다. 산등성이 너머는 임실 땅이기에 임실 오봉산이라고도 한다. 완주군 구이면 백여리 105번지. 소모 마을 언덕배기에 있는 오봉산주차장에서 걸음을 뗀다. 서너너덧 가구쯤으로 보이는 산골 마을을 벗어나면서 1봉 쪽으로 길을 잡아 올라간다. 엊저녁 술자리가 좀 길었었던가. 짤막짤막한 비탈에서 다리가 무겁다. 1봉-2봉-3봉-4봉-5봉. 5봉에 오봉산 푯돌이 있다. 해발 513.2m. 5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옥정호가 한 풍경을 한다. 물이 좀..
2023.01.11 -
보성 오봉산
보성 오봉산: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면과 희천면 경계에, 간척지로 이루어진 예당평야와 득량만 사이에 다섯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는 산. 신라 고승 원효가 수도하던 곳이라고 전해지는 칼바위를 비롯하여 용추폭포, 용추산성, 풍혈, 구들장 채석 흔적 등 볼거리, 들을 거리, 살필 거리, 생각할 거리를 잔뜩 품고 있다. 해발 324m. 산 아래에 해평저수지가 있고, 저수지 둘레길이 있다. 2023년 1월 6일 금요일. 저수지 위쪽, 오봉산칼바위주차장에서 칼바위 쪽으로 길을 잡는다. 야자수 매트가 깔려 있고, 군데군데 하얀 눈이 남아 있어 미끄럽기도 하다. 길옆으로 돌담이 이어지고, 여기저기에 돌탑이다. 아, 누구인가. 한 사람인가, 아니면 여럿인가. 그러고 보니, 온 산이 돌투성이다. 온 산에 널려 있는 돌을 주..
2023.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