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순례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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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순례길9[안동]
수운정에서 고산정까지, 안동 선비순례길 아홉 개 길 중 마지막, 9코스이다. 퇴계의 문하생들이 건지산과 수운정을 오가면서 서도를 익혔고, 이숙량과 권보 등 명필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2023년 11월 29일 수요일. 수운정에서 온은천을 따라 내려온 길이 35번 국도를 만나는 지점에서 신발 끈을 묶는다. 가을 분위기를 완전히 벗어난 날씨에 아침 햇살이 포근하다. 수운정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던 눈길을 거두고, 고산정을 향해 걸음을 뗀다. 그쪽은 한 주일 전에 걸어온 길이다.이번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차도로 갓길을 걷는 길이다. 고리재로 오르는 길가에 鄒魯之鄕이라는 글자를 새겨 놓은 큼직한 바윗돌이 보인다. 맹자가 살던 추(鄒)나라, 공자가 살던 노(魯)나라. 도산에 살던 퇴계를 공자나 맹자와 같은 성인..
2023.11.29 -
선비순례길8[안동]
소설(小雪).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한다. 겨울 기분이 들기 시작하지만, 아직 따뜻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기에 소춘(小春)이라고도 한다.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아침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퍼지면서 늦가을 산촌 풍경이 펼쳐진다. 오늘이 소설이다. 안동시 도산면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걸음을 뗀다. 웅부중학교 앞을 지나 도산온천 갈림길 가에 '선비순례길' 7코스와 8코스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8코스 쪽으로 간다.용수사로 가는 길가 개울에 놓인 낡은 다리 하나가 눈길을 끈다. 꽤 오래된 것을 복원한 듯 보이고, 풀숲에 덮여 있고, 옆에는 큼직한 바윗돌 이름표가 있다. 龍門橋. 분명 어떤 내력이 있을 텐데 하면서 그냥 간다.용수사를 지나 용두산 산길로 들어선다. 소나무가 많고, '송이 채..
2023.11.22 -
선비순례길3[안동]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울게 하리라. - 이육사 '광야' 2022년 12월 8일 목요일.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퇴계종택 앞에 다시 왔다. 이육사문학관 쪽으로 간다. 토계천을 건너 자동차도로를 따라 걷는다. 길은 토계천을 따라 구불거린다. 고목에 섞여 고색을 풍기는 당집이 주는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거리에서 '퇴계 선생 묘소' 이정표를 만난다. 비탈진 산길 170m를 한달음에 ..
2022.12.08 -
선비순례길2[안동]
2022년 11월 21일 월요일. 안동시 도산면 동부리 월천서당에서 걸음을 시작힌다. 선비순례길 2코스다. 월천서당 앞에 잎을 모두 털어낸 은행나무가 우뚝하고, 그 옆 겸재정은 고색을 풍기고 있다. 은행나무는 2003년 보호수로 지정될 당시 수령 450년으로 추정했다고 하니 지금은 470년인가. 겸재정은 월천 조목의 동생, 조정의 고택이라고 한다. 현 위치에서 100여 미터 아래, 지금 저 물 속에 있던 다래 마을에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안내판을 읽다보니, '다래'를 한자로 적은 것이 月川(월천)이라는 것을 알겠다. 길은 물가 산기슭에 걸려 있다. 기파른 벼랑에 나무 데크 잔도가 굽이굽이 이어진다. 초겨울 산속 공기가 나그네 볼을 간질이고, 안개는 강물 위에서 서서히 춤사위를 접는 중이다. 멀지도 가..
2022.11.21 -
선비순례길1[안동]
2022년 11월 14일 월요일. 안동시 와룡면 군자마을에서 도산면 월천서당까지, '선비순례길'을 걷다. 처음부터 끝까지 낙동강 물을 옆에 끼고 걷는다. 강이면서 호수다. 옛 예안면 소재지 전체가 물속 깊이 잠겼다고 한다. 제천시 청풍면 옛 소재지와 한수면 옛 소재지가 그렇듯이. 거기처럼 여기도 잔잔한 물바다가 넓고도 넖다. 잠깐 자동차도로를 따라가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물가 숲길이다. 물가 숲속 벼랑에 나무 데크 잔도가 이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옛 선비들과 함께 간다. 고택과 유적과 산소과 옛이야기들. 군자마을 - 역동선생유허비 - 보광사 - 선성문화단지 - 선성수상길 - 청고개 전망대 - 월천서당. 왕복 23.65Km.오천유적지: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 조선 초기부터 광산김씨 예안파 일족이 ..
202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