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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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길[합천 해인사 소리길]
狂奔疊石吼重巒 人語難分咫尺間 常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 - 崔致遠 미친 듯 달리면서 바윗돌에 부딪혀 산을 울리니 지척에서 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없으리 혹시라도 아귀다툼 소리 들려 올까 봐 흐르는 물소리로 산을 감싸는가. 대강, 이렇게 새기면 되겠다. 최치원이 세속을 벗어나 가야산으로 들어설 때, 홍류동 물가 바위에 앉아 읊었다고 한다. 당시 어수선한 시국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인가. 그를 산으로 들어가게 한 것은 어떤 소리였을까. 산에서 그가 즐긴 소리는 어떤 것이었을까. 인간 세상에서 나는 소리 중 대표적인 게 정치권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닐까. 대놓고 악다구니를 주고받는 요즘 한국 정치권은 어떠한가. 산속에 파묻히면 그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으려나. 아니, 아직도 그런 소리들에 연연하는가. 그냥 걷자...
2023.07.30 -
솔나리[합천/성주 가야산]
2023년 7월 19일 수요일. 합천 가야산에 오르다. 어제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퍼붓던 장맛비는 그쳤고, 파란 하늘에 햇빛이 맑다. 서너 번 왔었나? 꼭두새벽에 김천 쪽 수도산에서부터 하루종일 산줄기를 오르내린 적이 있고, 성주군 백운동에서 만물상을 바라보면서 오른 적도 있다. 오늘은 해인사 금선암에서 이른 아침에 걸음을 뗀다. 보살님께서 연잎밥 한 덩이를 챙겨 주신다. 고맙습니다.곳곳에서 물난리를 치고 있는 장맛비가 잠깐 쉬는 틈새이기에 온 산이 흠뻑 젖었다. 난리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걷는다.푸른 하늘 흰구름에 햇빛은 맑고, 안개구름은 뭉게뭉게, 느릿느릿 온 산을 더듬는다. 길가 너럭바위에 잠깐 앉는다. 산을 보고, 하늘을 보고, 인간 세상을 바라본다. 나는 뭐냐.200미터쯤 거리를 두..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