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19. 18:57ㆍ경상
2023년 7월 19일 수요일. 합천 가야산에 오르다.
어제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퍼붓던 장맛비는 그쳤고, 파란 하늘에 햇빛이 맑다.
서너 번 왔었나? 꼭두새벽에 김천 쪽 수도산에서부터 하루종일 산줄기를 오르내린 적이 있고, 성주군 백운동에서 만물상을 바라보면서 오른 적도 있다. 오늘은 해인사 금선암에서 이른 아침에 걸음을 뗀다. 보살님께서 연잎밥 한 덩이를 챙겨 주신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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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물난리를 치고 있는 장맛비가 잠깐 쉬는 틈새이기에 온 산이 흠뻑 젖었다. 난리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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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흰구름에 햇빛은 맑고, 안개구름은 뭉게뭉게, 느릿느릿 온 산을 더듬는다. 길가 너럭바위에 잠깐 앉는다. 산을 보고, 하늘을 보고, 인간 세상을 바라본다. 나는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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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미터쯤 거리를 두고 솟은 두 개의 봉우리. 상왕봉(우두봉. 1,430)은 합천군, 칠불봉(1,433)은 성주군이다. 상왕봉 바위 바닥을 어슬렁거린다. 온통 푸른 산 바다에 안개구름이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바람결에서 가을을 느끼는 것은, 산이 높아서인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칠불봉으로 간다. 합천 가야산에서 성주 가야산으로 가는 것이다.
칠불봉은 가락국 초대 왕후 허황옥의 일곱 아들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가락국(가야국)의 시조 김수로왕의 부인은 인도 대륙에 있었던 아유타국의 공주였다고 한다. 왕비의 이름 許黃玉(허황옥)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여자 이름이라고 한다.
수로왕과 허황옥은 10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는 왕위를 계승하였고(거등왕), 둘째와 셋째는 어머니의 성을 따라 허 씨의 시조가 되었고, 나머지 일곱은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을 스승으로 모시고 도를 닦은 후에 생불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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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아들이 가야산 칠불봉 밑에서 도를 닦고 있을 때, 왕후가 아들들을 보고 싶어 가야산을 찾았으나 산세가 험하여 오를 수가 없었다. 부처님께 지극정성으로 기도할 뿐이었다. 어느날 '영지'에 칠불봉 아래에서 수도에 열중인 일곱 아들의 모습이 비치었다. 가야산 최고봉이 물에 비친다는 '영지'. 그림자 영(影), 못 지(池). 해인사 일주문에서 조금 아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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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솔나리. 얼마 만인가. 그때도 가야산이었다. 잎이 솔잎처럼 생겼고, 분홍색 꽃이 피는 솔나리의 꽃말은 '새아씨', '깨끗한 마음'. 내려오는 길, 솔나리 옆 바윗돌에 앉아 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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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들렀다 간다. 길에서 50m 거리에 석조여래입상이 있다.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이르는 시기 작품이라고 한다. '해인사 석조여래입상'은 보물 제264호. 아, 지금은 숫자 없이 그냥 '보물'이라고 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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