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선계곡[지리산]

2022. 10. 6. 23:00경상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즐기는 일곱 선녀들이 벗어 놓은 옷을 곰이 훔쳤다. 나뭇가지인가 하고 걸어 놓았는데, 그게 아니라 사향노루의 뿔이었다. 선녀들이 옷을 찾느라고 헤매는 것을 본 사향노루가 옷을 돌려주었다. 그리하여 일곱 선녀는 무사히 하늘로 올라갔다. 하늘에 오른 선녀들은, 옷을 찾아 준 사향노루를 칠선계곡에 살게 하고, 옷을 감춘 곰을 이웃에 있는 국골로 내쫓았다.

2022년 10월 6일 목요일. 08:30 탐방지원센터 앞, 추성주차장에 모여 준비 운동을 하고, 삼층폭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걸음을 시작한다. 가이드 둘을 포함하여 모두 여덟 명. 초반 오르막이 만만찮다. 두지동 마을을 지난 어디쯤에서 두 명이 하차, 여섯이 간다. 두지동 고개에서 산의 품을 바라보면서부터 가슴이 설렌다.

추성마을을 벗어나 두지동고개에서 계곡 쪽을 바라보다

두지동: 세상에나! 이런 곳에 마을이 있다니. 자동차 통행이 불가능한 산속 마을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풀숲에 싸인 낡은 집들이 보이고, 번듯한 시멘트 집 두엇에 손을 보아 보존한 듯싶은 담배 건조실 한 채가 보인다. 마을이 들어앉은 골짜기 모습이, 예전에 곡식을 담아 보관하던 뒤주를 닮았다고 한다. 여기보다 더 깊은 골골에 흩어져 있던 가구들을 모아 마을을 형성했다고 한다. 호두나무가 많이 보인다. 뒤주를 이쪽 지방에서는 두지라고 했단다.

가파른 오르막을 몇 넘고 나서 물을 만난다. 집채만 한 바윗덩이들이 흐르듯 널려 있고, 그 사이사이로 기운차게 소리를 지르면서 물이 흐르고 있다. 물은 흐르다 고이고, 고였다가 넘치고, 부서지고, 물보라를 날리면서 떨어지기도 한다. 흐르는 물은 거울처럼 맑고, 고인 물은 눈이 시린 옥빛이고, 부서지고 떨이지는 물은 눈처럼 하얗다.

칠선폭포
대륙폭포
삼층폭포

선녀탕, 옥녀탕, 비선담, 칠선폭포, 대륙폭포, 삼층폭포, 등등.

지리산의 덩치에 새삼 놀라고, 엄청난 덩치를 뒤덮은 엄청난 숲에 놀라고, 엄청난 계곡에 놀라다. 오랜만에 지리산에서 땀을 흘리다. 개운하다. 13.73Km.

지리산 칠선계곡: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에 위치한다. 1999년 자연휴식년제가 도입되면서 선녀탕 위쪽으로는 비법정탐방로로 지정되었다. 2006년초에 옥녀탕-비선담 구간에 안전시설을 설치하여 추성주차장에서 비선담까지 개방하였고, 2008년 5월부터 천왕봉에 오르는 전구간을 개방하였지만, 사전예약제로 출입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추성주차장에서 천왕봉까지(9.7Km) 올라가는 편도 탐방은 월요일에, 삼층폭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탐방(왕복 13Km)은 수요일, 목요일, 토요일에 운영한다. 5월, 6월, 9월, 10월. 국립공원 홈페이지 인터넷 예약. 추성주차장에서 4Km쯤 되는 지점까지는 예약 없이 출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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