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대로 저런대로[경주 구미산]

2021. 12. 2. 21:34경상


사람 마음 속에 있는 하느님을 잘 모시라. 侍天主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 事人如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人乃天

2021년 12월 2일 목요일. 경주 구미산(594)을 걷는다. 용담정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올라가 산마루를 거쳐 오른쪽으로 내려와 처음 그 자리로 오는 길. 이어서 골짜로 들어서서 용담정을 둘러본다. 가랑잎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 길. 저벅저벅 소리가 난다. 바람결이 제법 쌀쌀하다. 겨울이 온 것이다.

용담정: 동학의 시조인 수운 최재우가 도[無極大道]를 깨친 곳으로 천도교 제일의 성지. 수운의 부친이 학사로 사용하던 곳이었고, 지금의 건물은 천도교 신도들이 성금을 모아 1975년에 준공한 것이라고 한다. 천도교는 손병희가 동학을 모태로 창시하였다고 한다. 손병희는 최제우의 시천주 사상과 최시형의 사인여천 사상을 이어받아 인내천 사상을 전개했다고 한다.

지배 계층의 부정부패와 탐학, 밀려오는 외세. 동학은 왕조 말기 극도로 혼란한 시기에 나타나서 혁명적인 사회개혁 운동으로 발전했었다고 볼 수 있겠다. 난세요 말세라는 말은 옛날부터 해 오던 말이라고 하지만, 동학이 전국적으로 불길처럼 번지던 그때야마로 난세 중 난세가 아니었을까.

코로나19, 부동산 문제, 양극화, 높은 실업률, 가짜뉴스, 언론 권력의 횡포, 정치적 갈등, 이념적 갈등, 사회적 갈등. 이런 일만 있을까. 지금은 어떤 세상인가. 세상만사 보기 나름인가. 신라 승려 부설거사가 지었다는 팔죽시를 보자. 그때는 어떤 시대였을까. 잦은 전쟁, 신분 제도의 흔들, 권력 다툼, 또 다른 요인 등, 혼란스런 시기였을까.

이런대로 저런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이런대로 살고
옳은 대로 그른 대로 그런 대로 보고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시장 물건 사고파는 것은 시세대로
세상만사 내 맘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렇고 그런 세상 되는 대로 보내노라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粥粥飯飯生此竹 是是非非看彼竹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이런대로, 저런대로, '있는 그대로'인가. 되어 가는 대로, '무위자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