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도 식후경[진주 까꼬실둘레길]

2021. 11. 18. 23:06경상





둘레길도 식후경. 먼저, 진주냉면 맛을 보자. 아침 10시. 식당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줄줄이 들어선다.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육수와 면, 육전과 쇠고기 편육과 삶은 달걀과 오이와 무 등 푸짐하고 군침도는 고명.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어떤 맛이냐. 무지하게 맛있다. 흐뭇한 입을 훔치고, 흐뭇한 배를 두드리면서 까꼬실둘레길로 간다.

까막고개를 몇 개 넘어야 마을이 나타난다고 하여 '까꼬실'이라고 했단다. 그만큼 산골 오지라는 얘기다. 그래서이겠지. 임진왜란 때 진주목 관아가 난리를 피해 이 산골로 들어왔었다고 한다. 加耳谷里, 佳耳谷里, 加伊谷面, 加貴谷面. 옛 기록들에 나타난 이름들이란다. 아마도 '까꼬실'이란 우리말을 이두식으로 표기한 것들이리라. '귀곡동'이라는 이름은 1973년에 정했다고 한다. 1970년대 남강댐(진양호) 물이 차면서 마을은 모두 물에 잠기고, 산꼭대기 부분만 남은 셈이다.

2021년 11월 18일 목요일. 까꼬실둘레길을 걷는다. 산등성이를 밟는 '하늘숲길', 진양호 물가를 구불거리는 '바람소리길', 귀곡분교터를 중심으로 하는 '추억담는길'. 산등성이로 올라섰다가 물가로 내려서서 학교 가는 길을 걷고, 다시 물가를 구불거리다가 산등성이로 올라서서 처음 그 자리로 돌아온다.

산등성이에도 물가에도 길에는 낙엽이 쌓였고, 곳곳에 안내판이 서 있다.

톳재비고개: 까꼬실에서 뿔당골이나 신풍으로 넘어갈 때 도깨비가 자주 나타났기 때문에 혼자서 넘기 무서웠단다.

당산먼당: 큰마을 뒷산에 제당이 있었단다. 당산제를 올리고,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가까이에 따로 안내판을 거느린 고인돌이 하나 있다.

佳湖전망대:  덕유산 찬샘에서 발원한 경호강과 지리산 천왕샘에서 발원한 덕천강이 만나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두 강이 만나 '남강'이라는 이름으로 흐르게 되는 것인데, 일단 남강댐에 갇혀 진양호 호수를 이룬 다음에 흐른다. 그러니까 지금 보이는 풍경은 진앙호 호수 풍경이다. 백두대간이 끝을 맺는 곳이라 하여 '꽃동실' 이라 하였다는 곳에 전망대가 있다.

분디골(墳土洞): 고인돌과 고분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봉우리 이름은 분토봉.

까꼬실: 임진왜란 의병장 충의공 정문부 후손들이 수몰 전까지 350여 년을 살아왔단다. 해주 정씨 집성촌에 다른 성씨들과 어울려  250가구, 1500여 명의 주민이 살았으며, 조선 중기 이후 진주 향내에서 과거 급제자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정문부를 모신 사당인 충의사와 가호서원, 문중 서당인 각후재가 있었으나 수몰 후 다른 곳으로 이전하였단다.

한골: 까꼬실에서 가장  안쪽 마을이란다.

귀곡분교터: 1940년 나동초등학교 부설 간이학교 인가. 1948년 귀곡초등학교 인가. 1985년부터 평거초등학교 귀곡분교. 1996년에 45회 졸업식 후 폐교. 졸업생 합계 809명. 분교터를 중심으로 학교 연혁, 1회부터 45회까지 졸업사진과 졸업생 명단을 적은 안내판을 세워  놓았고, 졸업생들이 수몰된 고향과 모교를 추억하는 시작품들을 진입로 양옆 진열해 놓았다.

까꼬실주차장-갈마봉갈림길-황학산(233)-톳재비고개-분토봉-뒷들고개(대촌갈림길)-지석묘-당산먼당-꽃동실(가호전망대)-청둑선착장-큰샘(충의사터)-분디골-가곡탐조대-선착장2-선착장3-한골-귀곡분교터-한골(편백나무산림욕장)-선착장4-새미골-식장산(145)-갈마봉(229.5)-황학산갈림길-주차장. 15Km쯤.

물가를 구불구불 돌고 돌다가 산속으로 3Km쯤 비포장길 끝에 주차장 하나. 그리고 까꼬실 가는 길 화살표. 산 너머에서 구불거리는 물가에 선착장이 넷. 영농이나 성묘를 위한 선작장인 듯하다. 새미골에선가, 강아지 두어 마리가 짖어대는 빈집 한 채. 그 옆에 우거진 숲에 덮혀 낡은 오두막 한 채. 가끔 농막 비슷한 작은 비닐하우스 몇. 경작을 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밭들과 빼빽하게 들어선 대나무숲들. 이따금, 길 양옆에는 대나무로 엮은 목책. 여기저기 묘와 묘비. 마을은 물에 잠겼고, 산꼭대기 산소들이 후손들이 떠난 물속 마을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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