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사[안동 천등산]
2021. 10. 7. 22:29ㆍ경상
극락전: 1972년 9월, 해체 복원할 때, 부석사 무량수전(1376년 중건)보다 앞선 시기(1363년 중건)에 지어진 것으로 확인되었고,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추정. 국보 제15호.
대웅전: 조선 초기 건축물로 추정. 국보 제311호.
화엄강당: 조선 전기 건축물로 추정. 보물 제448호.
고금당: 조선 후기 건축물로 추정. 보물제449호.
건축박물관이라 할 만큼 우리나라 목조 건축의 계보를 살펴볼 수 있다는 봉정사는 안동시 서후면 천등산의 품에 안겨 있다.
종이 봉황이 내려앉은 자리에 절을 짓고, 봉황이 날아와 머물렀다는 뜻으로 봉정사(鳳停寺)라고 하였으며, 종이 봉황은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지을 때 날려 보낸 두 마리 중 하나라고도 하고, 천등굴에서 수도하던 능인대사가 도력으로 만들었다고도 한다.
조선 선비 퇴계 이황이 공부를 하러 왔었고, 1999년 4월에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이, 2008년 3월에는 충주 사람 이호태가 찾아왔었다. 2018년 6월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다.
2021년 10월 7일 목요일. 봉정사 입구에서 왼쪽 길로 천등산에 오르다. 산길은 잘 나 있고, 여기저기 구절초 하얀 꽃이 한창이다. 구절초는 이렇게 땀 흘려 산에 오르면서 볼 때 가장 예쁘게 보인다. 여기에, 저기에 한두 송이씩, 몇 송이씩 흩어져 가을 바람에 얼굴을 씻고 하얀 웃음을 머금고 가을볕을 쬐는 구절초 작은 몸짓들. 아니, 저건? 때 아닌 꽃을 한 송이 피워 놓고 무안해 어쩔 줄 모르는 저건 진달래가 아닌가.
산길 양옆에 출입을 막는 줄과 함께 입산 금지 안내문들이 있다. 송이와 능이를 무단 채취하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CCTV가 설치되어 있다, 등등. 산등성이에 올라서서 보니 학가산이 지척이다.
관음굴을 지나고, 천등굴을 거쳐 산마루에 올랐다가 개목사로 내려오다.
신라 신문왕 때 의상의 제자 능인이 천등굴에서 도를 닦던 중, 천녀(天女)가 비추는 등불의 도움으로 크게 깨치고 나서 절을 지었다고 한다. 흥국사라 했던 것을, 조선 초 안동부사 맹사성이 산세를 둘러보고, 이 지방에 소경이 많은 것은 천등산의 기운 때문이라면서 산 이름을 개목산, 절 이름을 개목사(開目寺)로 고쳤다고 한다. 개목사 원통전은 보물 제242호.
개목사에서 숲길 1Km 거리에 봉정사다. 먼저, 영산암에 들른다. 크고 작은 건물 6동이 ㅁ자 형태로 배치되었고, 절집이라기보다 옛 양반들이 살던 고택과 같은 분위기다. 안내판에도 '일상의 편안함을 보여주는 미학이 깃든 곳'이라는 설명이 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영화를 촬영한 곳이라는 말과 함께.
영산암에서 봉정사까지는 100m쯤. 가까이 모여 있는 극락전, 대웅전, 고금당, 화엄강당과 삼층석탑을 둘러싸고 감도는 그윽한 기운에 저도 모르게 숙연해지는 걸 느낀다. 고색창연하다는 게 이런 것인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한참을 맴돌고, 맴돌다 내려온다.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곱 사찰 중 가장 규모가 적은 듯하지만, 오랜 세월의 내력과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는 봉정사.
일주문을 나왔다. 주차장으로 가는 포장도로 또한 굽이지는 숲길이다. 길가 골짜기를 흐르는 물가에 명옥대가 있다. 젊은 시절 봉정사에 공부하러 왔던 퇴계 이황의 자취가 남아 있다는 곳. 멋들어진 바위와 푸른 숲과 졸졸 흐르다가 가늘게 떨어지는 하얀 물소리, 날아갈 듯 점잖게 앉은 명옥대.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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