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원을 빌까[거창 우두산]

2021. 10. 29. 23:51경상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라 할 정도로 우뚝한 돌부리가 뛰어난 산이다. 산 아래에, 신라 의상대사가 수도할 때 쌀을 얻었다는 쌀굴이 있고, 신라 때 창건한 고견사가 있고, 최치원이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있고, 가정산폭포, 낙화담, 가마소 등 명소가 널려 있다.

의상봉 안내판에 적힌 설명문의 내용이다. 쌀굴에서는 꼭 두 사람이 먹을 만큼의 쌀이 나왔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전설을 가진 산속 절집들이 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2021년 10월 29일 금요일. 거창 우두산에 오르다. 고견사 주차장-견암폭포-고견사-의상봉(1,038)-상봉(1,046)-마장재-Y자형 출렁다리-주차장.

지난달 어느 술자리에서 한 약속이다. 어떤 경우이든 약속이 있으면 반드시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믿고, 그렇게 사는 사람들.

천년고찰 고견사 절집 앞에는 수령이 1,000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최치원이 심은 나무란다. 약수 한 바가지 시원하게 떠 마시고, 사부작사부작 오르막길을 오른다.

말라붙은 작은 물길 바닥에 잔돌을 주워 쌓은 작은 돌탑들이 보인다. 어떤 마음으로들 쌓았을까. 소원을 빌었을까. 그냥 재미였을까. 소원을 빌었겠지요. 가볍게 주고받으며 걸음을 떼다가 카메라를 들어올리는데, 선생님은 사진을 찍으면서 소원을 빌어 보세요. 그럴까요? 무슨 소원을 빌 거예요? 아, 이 돌탑을 쌓은 사람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빌지요.

잠깐만에 의상봉이고, 상봉이다. 사방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일품이다. 저쪽 가까이에, 저게 가야산 석화봉이다. 저게 수도산이고. 수도산에서 단지봉을 지나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또렷하게 가깝다. 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날아갈듯 멋들어진 바위와 곱게 물들어가는 산빛과 곳곳에 박혀 있는 산골 마을들과 예쁘게 자리잡은 좁은 들판들. 別有天地非人間. 곳곳에 박힌 마을들까지도 세속을 벗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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