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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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길[합천 해인사 소리길]
狂奔疊石吼重巒 人語難分咫尺間 常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 - 崔致遠 미친 듯 달리면서 바윗돌에 부딪혀 산을 울리니 지척에서 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없으리 혹시라도 아귀다툼 소리 들려 올까 봐 흐르는 물소리로 산을 감싸는가. 대강, 이렇게 새기면 되겠다. 최치원이 세속을 벗어나 가야산으로 들어설 때, 홍류동 물가 바위에 앉아 읊었다고 한다. 당시 어수선한 시국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인가. 그를 산으로 들어가게 한 것은 어떤 소리였을까. 산에서 그가 즐긴 소리는 어떤 것이었을까. 인간 세상에서 나는 소리 중 대표적인 게 정치권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닐까. 대놓고 악다구니를 주고받는 요즘 한국 정치권은 어떠한가. 산속에 파묻히면 그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으려나. 아니, 아직도 그런 소리들에 연연하는가. 그냥 걷자...
2023.07.30 -
고불암 가는 길[가야산 해인사]
해인사 고불암은, 합천 가야산 자락 해발 900m에 위치하며, 해인사 산내 암자 열여섯 중 기장 높은 곳에 있는 암자라고 한다. 2023년 7월 26일 수요일.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해인사 주차장에서 고불암을 향하여 걸음을 뗀다. 길은 가야천을 옆에 끼고 거슬러 올라간다. 중간에, 길이 500m쯤 되는 자연관찰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고불암에 납골당과 수목장이 딸린 탓인지, 좁은 산골 도로에 자동차들이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산과 들을 걷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포장도로이고, 줄곧 오르막길을 돌고 도는 길이지만, 깊은 산속이고, 숲길이다. 급할 것도, 서두를 일도 없으니 한 걸음 한 걸음이 여유로울 뿐이다. 암자를 안내하는 화살표가 유난히도 많은 것을 본다. 고운암, 중암, 관음암, 수월암, 오도..
2023.07.26 -
학사대[합천 해인사]
2023년 7월 23일 일요일 아침. 흐린 하늘을 헤치며 해인사 경내를 산책하다. 비 예보는 있지만, 온통 푸르게 우거진 산빛이 좋고, 산속 공기가 좋다.장경판전 앞에 있는 학사대, 그냥 지나치려다 안내판을 들여다본다. 아!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그 오랜 내력을 가진 전나무와 그 고목 밑동으로 만든 최치원 상의 좌대와 그 가지들로 만든 의자들. 그러고 보니, 다시 뵈는 최치원 상의 그윽한 모습. 감동이다. 감동을 제대로 표현할 재간이 없다. 그래, 애쓰지 말고, 그냥 느껴라.안내판 내용에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보태어 간추려 보는 것으로 대신하자.신라 말기 대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은 말년을 합천 해인사에서 보냈다고 한다. 어느 날, 문필 활동을 하며 머물던 곳에다 전나무 지팡이를 꽂아 두고 자취를 ..
2023.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