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3. 13:52ㆍ경상
2023년 7월 23일 일요일 아침. 흐린 하늘을 헤치며 해인사 경내를 산책하다. 비 예보는 있지만, 온통 푸르게 우거진 산빛이 좋고, 산속 공기가 좋다.
장경판전 앞에 있는 학사대, 그냥 지나치려다 안내판을 들여다본다.
아!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그 오랜 내력을 가진 전나무와 그 고목 밑동으로 만든 최치원 상의 좌대와 그 가지들로 만든 의자들. 그러고 보니, 다시 뵈는 최치원 상의 그윽한 모습. 감동이다. 감동을 제대로 표현할 재간이 없다. 그래, 애쓰지 말고, 그냥 느껴라.
안내판 내용에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보태어 간추려 보는 것으로 대신하자.
신라 말기 대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은 말년을 합천 해인사에서 보냈다고 한다. 어느 날, 문필 활동을 하며 머물던 곳에다 전나무 지팡이를 꽂아 두고 자취를 감추었는데, 지팡이에서 움이 돋아 자라나게 되었고, 최치원이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생겼다고 한다.
한림학사를 지낸 최치원이 머물렀던 곳이라 하여 '학사대'라 하고, 그 전나무를 '학사대 전나무'라고 한다.
1757년에 후계목을 식재했다는 기록(신증동국여지승람 등)도 있어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학사대 전나무는, 2012년 11월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2019년에 태풍(링링)으로 부러졌으며, 2020년 3월에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었다. 당시 수령 250년으로 추정하였다고 한다.
해인사에서는 부러진 전나무 밑동을 좌대로 하여 최치원 상을 만들었고, 나뭇가지들은 참배객들이 앉아 쉴 수 있도록 의자 다섯을 만들어 2022년 10월 21일 제막하였다.
최치원 상이 걸터앉은좌대와 의자들을 보면, 전나무의 크기가 어떠했을지, 그 살았던 세월이 얼마였을지, 상상만으로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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