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6. 19:40ㆍ경상
해인사 고불암은, 합천 가야산 자락 해발 900m에 위치하며, 해인사 산내 암자 열여섯 중 기장 높은 곳에 있는 암자라고 한다.
2023년 7월 26일 수요일.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해인사 주차장에서 고불암을 향하여 걸음을 뗀다.
길은 가야천을 옆에 끼고 거슬러 올라간다. 중간에, 길이 500m쯤 되는 자연관찰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고불암에 납골당과 수목장이 딸린 탓인지, 좁은 산골 도로에 자동차들이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산과 들을 걷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포장도로이고, 줄곧 오르막길을 돌고 도는 길이지만, 깊은 산속이고, 숲길이다. 급할 것도, 서두를 일도 없으니 한 걸음 한 걸음이 여유로울 뿐이다.
암자를 안내하는 화살표가 유난히도 많은 것을 본다. 고운암, 중암, 관음암, 수월암, 오도암, 문수암, 염불암, 법기암 등.
이 중, 해인사 산내 암자는 고불암과 고운암이고, 고불암을 향해 가는 길에서 제일 먼저 나타는 이정표는, 해인초등학교(폐교) 이정표와 이웃해 있는 고운암과 중암이다.
최치원의 자취가 있어 그의 호에서 이름을 땄다는 고운암(孤雲庵)을 꼭 보고 싶었다. 고불암에서 내려오는 길에 화살표를 따라간다. 저긴가 하면 아니고, 또 아니고. 구불구불 돌고 도는 길에서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숨이 턱에 닿는다. 그래도 걸음은 여유롭기만 하니, 이 무슨 복인가.
중암을 가리키는 화살표를 버리고 급한 오르막 끝에 왔다. 일자 팔작지붕. 고풍스러워 보이지는 않지만, 이름처럼 외로이 고즈넉한 분위기. 한동안 서서 그 분위기를 기웃거려 본다. 고요하다. 좁다랗게 멀어져가는 하늘 저만큼에서 가야산 정상 바위들(칠불봉, 상왕봉)이 무슨 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
길을 되돌려 내려오는 길, 옆으로 서너 발짝 거리 숲속에 내버려진 듯 비석이 하나 있다. 아니 살펴볼 수가 있나. 맞다. 그렇구나. 다가가 들여다보니, 최치원이 초막을 짓고 은일하던 곳이라는 내용이다.
고불암 가는 길가에는 암자들만 있는 게 아니다. 첫 번째로 만나는 마을 이름은 삼정 마을이다. 1,200여년 전, 해인사를 지을 때, 신라 애장왕이 3년 동안 가야산에 머물렀고, 그때, 따라온 삼정승이 이 마을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적어도 1,200년을 넘게 살아온 마을이라니. 세상에나, 이 험한 산골에서 무얼 먹고 살았을까. 이웃에 문수암과 염불암이 있고, 과일나무가 보이고, 집은 서넛 정도 돼 보인다.
두 번째로 나타나는 마을은 마장동 마을. 마을 입구 갈림길에서, 법기암과 고불암 가는 길이 갈린다. 고불암은 오른쪽이다.
해발 900m쯤 된다는 고불암에 약간 못 미치는 높이에 터를 잡은 마을이다. 와, 이 높은 곳에 이렇게 너른 터가 있다니. 개울물도 풍부하고, 농경지도 널찍하다. 몇 해 전부터는 파프리카를 많이 재배한단다. 마을 앞에 서 있는 안내판을 보니, 파프리카 작목반 농장 수가 모두 열하나. 더덕밭이 보이고, 도라지밭엔 꽃이 진다. 저 너머 저쪽은 거창 땅이라고 한다.
마을 끄트머리에, 조주원, 소리원, 자비원이 있고, 좀 지나서 고불암이다.
조주원은 해인사가 직접 관리하는 고시텔이고, 소리원은 비구니 스님과 불자들이 노후 생활을 하는 시설이고, 자비원은 비구니 스님들을 위한 노인 요양 시설이다. 소리원과 자비원도 해인사가 직접 관리한다고 한다. 그래서, 해인사 소리원, 해인사 자비원, 한다. 시설들 규모가 꽤 크다. 무슨 아파트 단지를 보는 듯하다. 그 인구가 마을 인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을 것 같다.
고불앞 주변 탑들 모양이 이채롭다. 자연석을 그대로 쌓은 것으로 보인다. 법당은 보수 공사 중이고, 무량수전(납골당)과 수목장은 법당에서 작은 언덕을 넘어서 좀 떨어진 곳에 있다.
고불암 가는 골짜기에는 이 밖에도 야영장 두엇, 해인사 지방 상수도 정수장 등이 있다. 자연산책로엔 작은 동굴도 있다. 출입 금지, 경고와 함께.
고불암을 둘러보고, 마장동 마을을 둘러보고, 되돌아 내려오다가 삼정 마을, 문수암, 염불암을 찾아가 본다. 거의 다 내려와서, 고운암에 다녀오는 동안 마지막 땀을 쥐어짜고 나서 산채비빔밥으로 속을 채우다.
왕복 15.7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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