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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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물이 물 위에 산이[영주호]
산속에 물이 고여 있고, 물 위에 산이 있다.선달산 옆구리쯤 되는 봉화군 늦은목이에서부터 흘러내린 내성천은, 봉화 읍내를 지나 예천군 회룡포 마을을 휘감아 돌고 나서, 문경 대미산과 황장산 골짜기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금천과 손잡고 낙동강 본류와 한 몸이 된다. 세 물이 한 몸이 되는 물가에 삼강주막이 유명하거니와 2016년에 내성천 물줄기에 영주댐이 들어선 후 물이 고여 영주호라고 불린다.2025년 5월 13일 화요일. 영주호 물 위에 떠 있는 미르섬. '평은역사' 앞 나무 그늘에 앉았다.용마루1공원, '방문자의 집' 앞에서 가파른 길을 기어 전망대에 올랐다가 물가로 내려선 다음 출렁다리로 물을 건너고, 미르섬 산봉우리(용천루가 있다)를 넘어서 왔다.평은역은 1941년에 한일시멘트 전용으로 영업을 시작하..
2025.05.13 -
문경새재
옛날에, 30리마다 두었던 역원을 산세가 험한 문경새재 길엔 10리 거리마다 하나씩 두었었다고 한다. 문경 쪽에서부터, 조령원 - 동화원 - 신례원'이 그것이다. 30여 리에 이르는 그 길이 지금,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둘레길 중 하나가 되어 연일 수많은 사람을 불러들이고 있다.2024년 12월 29일 일요일. 내가 사는 충주에서 가깝기에 가볍게 찾곤 하는 그 길을 걷는다. 조령 옛길이라고도 한다. 1관문 앞 주차장에서부터 3관문이 서 있는 새재를 넘어 고사리까지 간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동화원 쉼터 감자전과 두부김치, 막걸리 한잔이 꿀맛이다.1관문(주흘관), 2관문(조곡관), 3관문(조령관), 조령원터, 교귀정 등등의 유적이나, 옛사람들이 남긴 구구절절한 한시를 새긴 돌들이 새삼스러우랴. 맑은 산..
2024.12.30 -
청량산 축융봉[봉화]
- 축융봉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청량산을 말하지 마라. 조선 선비 퇴계 이황이 했다는 말이다. 기암괴석 청량산 여러 봉우리의 절경을 가장 잘 바라다볼 수 있는 곳이 축융봉이라는 뜻이 포함되었으리라.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경상북도 봉화군 축융봉에 올랐다. 축융(祝融)이라. 어떤 유래가 있는 말이겠지만, 글자 그대로, '서로 화합하여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기린다'는 뜻으로 새겨 본다. 주봉인 장인봉을 비롯하여 선학봉, 자란봉, 연화봉, 향로봉, 연적봉, 탁필봉, 자소봉, 경일봉, 금탑봉, 탁립봉 등 여러 봉우리들이 어우러지는 절경을 바라다본다. 여기 축융봉까지 하여 청량산 육육봉 또는 열두 봉우리라고 한다. 굳이 열둘만을 헤아리랴. 서른에 이른다는 숫자를 굳이 따지랴. 크고 작은 바위 봉우리들이 ..
2024.10.18 -
만휴정[안동]
우리집에는 보물이란 게 없노라. 굳이 말하자면 청렴과 결백이 보물이네 조선 선비 김계행의 말이다. 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 벼슬을 그만두고 향리에 내려와 집을 짓고 보백당이라고 했다. 寶白堂 청렴과 결백이 보물인 집. 길안천 건너편 골짜기에 정자를 지어 놓고 만휴정이라고 했다. 晩休亭 늘그막에 쉬엄쉬엄 머무는 정자. 만휴정 아래 골짜기 너럭바위에 새겨 놓은 글씨가 단정하다. 寶白堂晩休亭泉石 보백당이 말년에 쉬는 정자와 산천경개.2024년 8월 26일 월요일. 이 지독한 더위도 꺾일 때가 있겠지. 새벽녘 공기가 선선하다 싶더니 이내 푹푹 찌기 시작한다.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 길을 걷는다.먼저, 묵계서원을 둘러본다. 보백당 종택 이웃에 있으며, 보백당 김계행과 응계 옥고의 덕행과 청렴을 기리고 있다..
2024.08.26 -
경천대 풍경[상주]
2024년 8월 16일 금요일 입추 지나고 말복 지나고 처서로 가는 날씨는 식을 줄을 모른다. 의성군 비인면에서 일을 보고 충주로 가는 길에 낙동강 제일경이라는 상주 경천대를 찾다.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보석처럼 환한 흰구름이 뭉게뭉게 강물은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환한 구름을 말없이 담아내고 있다. 저 푸른 하늘 저 맑은 구름은 이웃인가 벗인가. 굳이 카메라를 겨누고 이렇게 사진을 남기는 것은 미련인가 욕심인가.
2024.08.18 -
거석문화 정령신앙[안동 와룡산]
천하를 평정하고 돌아온 용이 편히 누운 자세를 취하고 있어 와룡산이라고 한다. 물이 많아 수다산이라 했었고, 황룡이 안동호 물을 만나 세상을 평정한다고 하여 황룡도강지, 명당이라고 한다.2024년 3월 1일 금요일. 따뜻하던 날씨가 바람과 함께 차가워진다. 하늘은 맑다. 안동 와룡산을 걷는다. 주차장-노적봉-용두봉-까투리봉-안동호, 일월산 조망-산지당 왕복-주차장. 8.67Km. 듣던 대로 옛날이야기가 많다. 산등성이를 따라 기이한 바위들이 흩어져 있고, 선사시대부터 형성됐다는 거석문화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옛사람들이 곰, 나무, 돌, 태양, 달 등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던 정령신앙(애니미즘)의 현장이라고 한다. 걸음 순서대로, 대충 간추려 보자.할매소원바위. 다산과 풍요를 비는 의례 행사의..
202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