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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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축융봉[봉화]
- 축융봉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청량산을 말하지 마라. 조선 선비 퇴계 이황이 했다는 말이다. 기암괴석 청량산 여러 봉우리의 절경을 가장 잘 바라다볼 수 있는 곳이 축융봉이라는 뜻이 포함되었으리라.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경상북도 봉화군 축융봉에 올랐다. 축융(祝融)이라. 어떤 유래가 있는 말이겠지만, 글자 그대로, '서로 화합하여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기린다'는 뜻으로 새겨 본다. 주봉인 장인봉을 비롯하여 선학봉, 자란봉, 연화봉, 향로봉, 연적봉, 탁필봉, 자소봉, 경일봉, 금탑봉, 탁립봉 등 여러 봉우리들이 어우러지는 절경을 바라다본다. 여기 축융봉까지 하여 청량산 육육봉 또는 열두 봉우리라고 한다. 굳이 열둘만을 헤아리랴. 서른에 이른다는 숫자를 굳이 따지랴. 크고 작은 바위 봉우리들이 ..
2024.10.18 -
만휴정[안동]
우리집에는 보물이란 게 없노라. 굳이 말하자면 청렴과 결백이 보물이네 조선 선비 김계행의 말이다. 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 벼슬을 그만두고 향리에 내려와 집을 짓고 보백당이라고 했다. 寶白堂 청렴과 결백이 보물인 집. 길안천 건너편 골짜기에 정자를 지어 놓고 만휴정이라고 했다. 晩休亭 늘그막에 쉬엄쉬엄 머무는 정자. 만휴정 아래 골짜기 너럭바위에 새겨 놓은 글씨가 단정하다. 寶白堂晩休亭泉石 보백당이 말년에 쉬는 정자와 산천경개.2024년 8월 26일 월요일. 이 지독한 더위도 꺾일 때가 있겠지. 새벽녘 공기가 선선하다 싶더니 이내 푹푹 찌기 시작한다.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 길을 걷는다.먼저, 묵계서원을 둘러본다. 보백당 종택 이웃에 있으며, 보백당 김계행과 응계 옥고의 덕행과 청렴을 기리고 있다..
2024.08.26 -
경천대 풍경[상주]
2024년 8월 16일 금요일 입추 지나고 말복 지나고 처서로 가는 날씨는 식을 줄을 모른다. 의성군 비인면에서 일을 보고 충주로 가는 길에 낙동강 제일경이라는 상주 경천대를 찾다.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보석처럼 환한 흰구름이 뭉게뭉게 강물은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환한 구름을 말없이 담아내고 있다. 저 푸른 하늘 저 맑은 구름은 이웃인가 벗인가. 굳이 카메라를 겨누고 이렇게 사진을 남기는 것은 미련인가 욕심인가.
2024.08.18 -
거석문화 정령신앙[안동 와룡산]
천하를 평정하고 돌아온 용이 편히 누운 자세를 취하고 있어 와룡산이라고 한다. 물이 많아 수다산이라 했었고, 황룡이 안동호 물을 만나 세상을 평정한다고 하여 황룡도강지, 명당이라고 한다.2024년 3월 1일 금요일. 따뜻하던 날씨가 바람과 함께 차가워진다. 하늘은 맑다. 안동 와룡산을 걷는다. 주차장-노적봉-용두봉-까투리봉-안동호, 일월산 조망-산지당 왕복-주차장. 8.67Km. 듣던 대로 옛날이야기가 많다. 산등성이를 따라 기이한 바위들이 흩어져 있고, 선사시대부터 형성됐다는 거석문화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옛사람들이 곰, 나무, 돌, 태양, 달 등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던 정령신앙(애니미즘)의 현장이라고 한다. 걸음 순서대로, 대충 간추려 보자.할매소원바위. 다산과 풍요를 비는 의례 행사의..
2024.03.01 -
호랑이절[김천 고성산]
6.25 때, 가족을 모두 잃은 김해옥(정해옥?) 할머니가 대웅전 뒤편 굴속에서,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하면서 살고 있었다. 가끔 올라와 기도를 방해하는 아이들에게, 어흥~, 하는 호랑이 울음소리로 호통을치곤 하던 할머니를 호랑이 할머니라고 했다. 옛날에, 굴속에 실제로 호랑이가 살았었다고 한다.호랑이절. 김천시, 고성산 기슭에 있는 정심사의 옛 이름이다. 1945년에 지어졌고, 1974년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2024년 2월 16일 금요일. 하늘은 맑고, 바람은 부는 듯 마는 듯, 온몸을 감싸는 봄기운에 가슴이 설렌다. 그동안 많이 움츠리고 있었던가. 정심사 애래 쪽 작은 주차장에서 걸음을 뗀다.정심사 옆에 둘레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고, 고성산 마루로 올라가는 산길이 갈라진다...
2024.02.16 -
소리길[합천 해인사 소리길]
狂奔疊石吼重巒 人語難分咫尺間 常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 - 崔致遠 미친 듯 달리면서 바윗돌에 부딪혀 산을 울리니 지척에서 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없으리 혹시라도 아귀다툼 소리 들려 올까 봐 흐르는 물소리로 산을 감싸는가. 대강, 이렇게 새기면 되겠다. 최치원이 세속을 벗어나 가야산으로 들어설 때, 홍류동 물가 바위에 앉아 읊었다고 한다. 당시 어수선한 시국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인가. 그를 산으로 들어가게 한 것은 어떤 소리였을까. 산에서 그가 즐긴 소리는 어떤 것이었을까. 인간 세상에서 나는 소리 중 대표적인 게 정치권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닐까. 대놓고 악다구니를 주고받는 요즘 한국 정치권은 어떠한가. 산속에 파묻히면 그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으려나. 아니, 아직도 그런 소리들에 연연하는가. 그냥 걷자...
202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