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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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 암자 둘레길[합천 해인사]
가야산 해인사 산내 암자는 모두 열여섯이다. 이 중, '본절'이라고도 하고, '큰절'이라고도 부르는 해인사에서 비교적 가까이에 있는, 크게 보아 이웃으로 볼 수도 있는 열두 곳을 다녀 보기로 한다. 나머지 넷(청량사, 길상암, 고불암, 고운암)은 거리도 좀 있고, 이미 다녀온 곳들이기에 이번엔 생략하기로 한다. 2023년 7월 28일 금요일. 이른 아침에, 해인사 일주문에서 가장 가까운 금선암에서 출발한다. 금선암-원당암-홍제암-용탑선원-(해인사 일주문)-백련암-희랑대-지족암-국일암-약수암-금강굴-보현암-삼선암-금선암. 7.82Km. 가파르고 좁은 산길이 모두 포장도로인 것은, 깊은 산속까지 자동차를 이용하기 위해서이리라. 나보고 운전을 하라고 하면, 선뜻 나서기가 어려울 곳이 많다. 아주 가파르게 굽이..
2023.07.28 -
고불암 가는 길[가야산 해인사]
해인사 고불암은, 합천 가야산 자락 해발 900m에 위치하며, 해인사 산내 암자 열여섯 중 기장 높은 곳에 있는 암자라고 한다. 2023년 7월 26일 수요일.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해인사 주차장에서 고불암을 향하여 걸음을 뗀다. 길은 가야천을 옆에 끼고 거슬러 올라간다. 중간에, 길이 500m쯤 되는 자연관찰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고불암에 납골당과 수목장이 딸린 탓인지, 좁은 산골 도로에 자동차들이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산과 들을 걷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포장도로이고, 줄곧 오르막길을 돌고 도는 길이지만, 깊은 산속이고, 숲길이다. 급할 것도, 서두를 일도 없으니 한 걸음 한 걸음이 여유로울 뿐이다. 암자를 안내하는 화살표가 유난히도 많은 것을 본다. 고운암, 중암, 관음암, 수월암, 오도..
2023.07.26 -
학사대[합천 해인사]
2023년 7월 23일 일요일 아침. 흐린 하늘을 헤치며 해인사 경내를 산책하다. 비 예보는 있지만, 온통 푸르게 우거진 산빛이 좋고, 산속 공기가 좋다.장경판전 앞에 있는 학사대, 그냥 지나치려다 안내판을 들여다본다. 아!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그 오랜 내력을 가진 전나무와 그 고목 밑동으로 만든 최치원 상의 좌대와 그 가지들로 만든 의자들. 그러고 보니, 다시 뵈는 최치원 상의 그윽한 모습. 감동이다. 감동을 제대로 표현할 재간이 없다. 그래, 애쓰지 말고, 그냥 느껴라.안내판 내용에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보태어 간추려 보는 것으로 대신하자.신라 말기 대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은 말년을 합천 해인사에서 보냈다고 한다. 어느 날, 문필 활동을 하며 머물던 곳에다 전나무 지팡이를 꽂아 두고 자취를 ..
2023.07.23 -
보물[합천 해인사 마애불]
합천 해인사 마애불 공식 명칭은 합천 치인리 마애여래입상 보물 제222호. 2023년 7월 22일 토요일. 예보대로 비가 쏟아지려나. 아침나절에 한두 방울 떨어지긴 했지만, 하늘 표정은 그리 험악해 보이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 그래도 장마철인지라 우산을 챙겨 들고 나선다. 해인사 일주문 앞에서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 비탈길을 오르다 보니, 마애불 2Km 이정표가 보인다. 망설임 없이 들어선다.길은 잘 나 있다. 여름철이고, 오르막 산길이니 땀이 좀 흐르기는 하나, 우거진 숲에 묻힌, 아주 좋은 길이다.해발 1,000m쯤 된다던가. 해인사 뒤쪽으로 가야산 산속 높은 곳에 숨은 듯 서 있는 마애불. 말 그대로 바위에 새긴 부처님 상이다. 돋을새김을 하였고, 살진 얼굴에 균형 잡힌 몸집, 건장한 모습이..
2023.07.22 -
신선놀음[합천 남산제일봉]
2023년 7월 21일 금요일. 해인사 금선암에서 눈을 뜨다. 중복 날이고, 폭염주의보 예보가 있는 날이지만, 이른 아침 산속 공기는 초가을인 듯 선선하다. 아침 공양을 마치니 일곱 시를 막 넘어선다. 배낭을 메고 나선다. 저 건너 남산제일봉으로 가자. 그래, 한여름엔 산속 푸른 그늘이 제일이지. 무쇠라도 녹일 듯 이글거리는 햇볕의 열기도 산들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들을 뚫지는 못한다. 온몸을 흠뻑 적시는 비지땀은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준다. 산이 숨쉬는 소리가 그윽한 푸른 그늘 속은 여름철 별천지라고 할 만하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남산제일봉(1,010) 꼭대기에는 멋들어진 바윗덩이들이 모여 있다. 저마다 제멋을 하는 틈바구니에서 참나무 한 그루가 조용히 제멋을 한다. 떡갈나무인가? 제법 연륜이 느껴지..
2023.07.21 -
솔나리[합천/성주 가야산]
2023년 7월 19일 수요일. 합천 가야산에 오르다. 어제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퍼붓던 장맛비는 그쳤고, 파란 하늘에 햇빛이 맑다. 서너 번 왔었나? 꼭두새벽에 김천 쪽 수도산에서부터 하루종일 산줄기를 오르내린 적이 있고, 성주군 백운동에서 만물상을 바라보면서 오른 적도 있다. 오늘은 해인사 금선암에서 이른 아침에 걸음을 뗀다. 보살님께서 연잎밥 한 덩이를 챙겨 주신다. 고맙습니다.곳곳에서 물난리를 치고 있는 장맛비가 잠깐 쉬는 틈새이기에 온 산이 흠뻑 젖었다. 난리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걷는다.푸른 하늘 흰구름에 햇빛은 맑고, 안개구름은 뭉게뭉게, 느릿느릿 온 산을 더듬는다. 길가 너럭바위에 잠깐 앉는다. 산을 보고, 하늘을 보고, 인간 세상을 바라본다. 나는 뭐냐.200미터쯤 거리를 두..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