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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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대로 저런대로[경주 구미산]
사람 마음 속에 있는 하느님을 잘 모시라. 侍天主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 事人如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人乃天 2021년 12월 2일 목요일. 경주 구미산(594)을 걷는다. 용담정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올라가 산마루를 거쳐 오른쪽으로 내려와 처음 그 자리로 오는 길. 이어서 골짜로 들어서서 용담정을 둘러본다. 가랑잎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 길. 저벅저벅 소리가 난다. 바람결이 제법 쌀쌀하다. 겨울이 온 것이다. 용담정: 동학의 시조인 수운 최재우가 도[無極大道]를 깨친 곳으로 천도교 제일의 성지. 수운의 부친이 학사로 사용하던 곳이었고, 지금의 건물은 천도교 신도들이 성금을 모아 1975년에 준공한 것이라고 한다. 천도교는 손병희가 동학을 모태로 창시하였다고 한다. 손병희는 최제우의 시천주 사상과 최시..
2021.12.02 -
정양늪과 대야성[합천]
2021년 11월 19일 금요일. 합천 정양늪 둘레를 한 바퀴 돌고, 2Km가 채 안되는 거리에 있는 대야성 산성터에 오르고, 황강마실길을 걷다. 서서히 아침 안개를 벗고 있는 정양늪 풍경에선 신비로운 기운이 번진다. 황강에 흐르는 물과 모래는 어쩌면 저리 맑고 깨끗한 것인가. 정양늪 둘레에선 장군의 주먹과 발자국 바위 전설이, 대야성 아래 황강 물가에선 함벽루가 한몫 끼어든다. 정양늪: 황강으로 흘러드는 아천의 배후 습지. 금개구리, 수달, 모래주사 등 희귀 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포늪에 버금가는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대야성: 부족국가 시절 변한 땅이었다가 대가야에 병합되었고, 큰 고을이라는 뜻으로 '대야성'이라고 했단다. 후에 신라 땅이 되었고, 백제의 칩입을 ..
2021.11.19 -
둘레길도 식후경[진주 까꼬실둘레길]
둘레길도 식후경. 먼저, 진주냉면 맛을 보자. 아침 10시. 식당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줄줄이 들어선다.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육수와 면, 육전과 쇠고기 편육과 삶은 달걀과 오이와 무 등 푸짐하고 군침도는 고명.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어떤 맛이냐. 무지하게 맛있다. 흐뭇한 입을 훔치고, 흐뭇한 배를 두드리면서 까꼬실둘레길로 간다. 까막고개를 몇 개 넘어야 마을이 나타난다고 하여 '까꼬실'이라고 했단다. 그만큼 산골 오지라는 얘기다. 그래서이겠지. 임진왜란 때 진주목 관아가 난리를 피해 이 산골로 들어왔었다고 한다. 加耳谷里, 佳耳谷里, 加伊谷面, 加貴谷面. 옛 기록들에 나타난 이름들이란다. 아마도 '까꼬실'이란 우리말을 이두식으로 표기한 것들이리라. '귀곡동'이라는 이름은 1973년에 정했다고 한다...
2021.11.18 -
어떤 소원을 빌까[거창 우두산]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라 할 정도로 우뚝한 돌부리가 뛰어난 산이다. 산 아래에, 신라 의상대사가 수도할 때 쌀을 얻었다는 쌀굴이 있고, 신라 때 창건한 고견사가 있고, 최치원이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있고, 가정산폭포, 낙화담, 가마소 등 명소가 널려 있다. 의상봉 안내판에 적힌 설명문의 내용이다. 쌀굴에서는 꼭 두 사람이 먹을 만큼의 쌀이 나왔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전설을 가진 산속 절집들이 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2021년 10월 29일 금요일. 거창 우두산에 오르다. 고견사 주차장-견암폭포-고견사-의상봉(1,038)-상봉(1,046)-마장재-Y자형 출렁다리-주차장. 지난달 어느 술자리에서 한 약속이다. 어떤 경우이든 약속이 있으면 반드시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믿고, 그렇게..
2021.10.29 -
봉정사[안동 천등산]
극락전: 1972년 9월, 해체 복원할 때, 부석사 무량수전(1376년 중건)보다 앞선 시기(1363년 중건)에 지어진 것으로 확인되었고,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추정. 국보 제15호. 대웅전: 조선 초기 건축물로 추정. 국보 제311호. 화엄강당: 조선 전기 건축물로 추정. 보물 제448호. 고금당: 조선 후기 건축물로 추정. 보물제449호. 건축박물관이라 할 만큼 우리나라 목조 건축의 계보를 살펴볼 수 있다는 봉정사는 안동시 서후면 천등산의 품에 안겨 있다. 종이 봉황이 내려앉은 자리에 절을 짓고, 봉황이 날아와 머물렀다는 뜻으로 봉정사(鳳停寺)라고 하였으며, 종이 봉황은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지을 때 날려 보낸 두 마리 중 하나라고도 하고, 천등굴에서 수도하던 능인대사가 도력으로 만..
2021.10.07 -
새신바위[산청 정수산]
어둠이 가시면서 새벽 빛이 번지는 하늘의 모습. 밤새도록 천지를 감싸고 있던 검은 어둠이 서서히 물러나면서 물감 번지듯 새는 빛이 그 자리를 채워 가고. 시나브로 저쪽 산등성이 위에선 붉은 해님이 삐죽 솟아 오르고. 기운찬 빛발이 쭉쭉 뻗치고. 만물이 몸을 털면서 제 모습을 드러내고. 나그네는 길을 가고. 2021년 9월 23일 목요일. 새벽길을 나서다. 훤하게 밝은 이른 아침에 경상남도 산청에 있는 정수산에 오르다. 신등면 율현마을에서 굽이돌아 올라가는 길바닥에 입이 벌어진 채 떨어진 밤송이와 반들반들한 알밤이 널려 있다. 가을이 주는 풍요로운 풍경이고, 이곳 산천이 베푸는 넉넉함이려니. 숲속에 고즈넉이 깃들어 있는 대웅전을 비롯한 서너 채 절집. 천년 고찰 율곡사다. 잠깐 숨을 돌리고 물을 마시면서 ..
2021.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