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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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도 식후경[진주 까꼬실둘레길]
둘레길도 식후경. 먼저, 진주냉면 맛을 보자. 아침 10시. 식당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줄줄이 들어선다.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육수와 면, 육전과 쇠고기 편육과 삶은 달걀과 오이와 무 등 푸짐하고 군침도는 고명.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어떤 맛이냐. 무지하게 맛있다. 흐뭇한 입을 훔치고, 흐뭇한 배를 두드리면서 까꼬실둘레길로 간다. 까막고개를 몇 개 넘어야 마을이 나타난다고 하여 '까꼬실'이라고 했단다. 그만큼 산골 오지라는 얘기다. 그래서이겠지. 임진왜란 때 진주목 관아가 난리를 피해 이 산골로 들어왔었다고 한다. 加耳谷里, 佳耳谷里, 加伊谷面, 加貴谷面. 옛 기록들에 나타난 이름들이란다. 아마도 '까꼬실'이란 우리말을 이두식으로 표기한 것들이리라. '귀곡동'이라는 이름은 1973년에 정했다고 한다...
2021.11.18 -
어떤 소원을 빌까[거창 우두산]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라 할 정도로 우뚝한 돌부리가 뛰어난 산이다. 산 아래에, 신라 의상대사가 수도할 때 쌀을 얻었다는 쌀굴이 있고, 신라 때 창건한 고견사가 있고, 최치원이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있고, 가정산폭포, 낙화담, 가마소 등 명소가 널려 있다. 의상봉 안내판에 적힌 설명문의 내용이다. 쌀굴에서는 꼭 두 사람이 먹을 만큼의 쌀이 나왔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전설을 가진 산속 절집들이 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2021년 10월 29일 금요일. 거창 우두산에 오르다. 고견사 주차장-견암폭포-고견사-의상봉(1,038)-상봉(1,046)-마장재-Y자형 출렁다리-주차장. 지난달 어느 술자리에서 한 약속이다. 어떤 경우이든 약속이 있으면 반드시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믿고, 그렇게..
2021.10.29 -
봉정사[안동 천등산]
극락전: 1972년 9월, 해체 복원할 때, 부석사 무량수전(1376년 중건)보다 앞선 시기(1363년 중건)에 지어진 것으로 확인되었고,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추정. 국보 제15호. 대웅전: 조선 초기 건축물로 추정. 국보 제311호. 화엄강당: 조선 전기 건축물로 추정. 보물 제448호. 고금당: 조선 후기 건축물로 추정. 보물제449호. 건축박물관이라 할 만큼 우리나라 목조 건축의 계보를 살펴볼 수 있다는 봉정사는 안동시 서후면 천등산의 품에 안겨 있다. 종이 봉황이 내려앉은 자리에 절을 짓고, 봉황이 날아와 머물렀다는 뜻으로 봉정사(鳳停寺)라고 하였으며, 종이 봉황은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지을 때 날려 보낸 두 마리 중 하나라고도 하고, 천등굴에서 수도하던 능인대사가 도력으로 만..
2021.10.07 -
새신바위[산청 정수산]
어둠이 가시면서 새벽 빛이 번지는 하늘의 모습. 밤새도록 천지를 감싸고 있던 검은 어둠이 서서히 물러나면서 물감 번지듯 새는 빛이 그 자리를 채워 가고. 시나브로 저쪽 산등성이 위에선 붉은 해님이 삐죽 솟아 오르고. 기운찬 빛발이 쭉쭉 뻗치고. 만물이 몸을 털면서 제 모습을 드러내고. 나그네는 길을 가고. 2021년 9월 23일 목요일. 새벽길을 나서다. 훤하게 밝은 이른 아침에 경상남도 산청에 있는 정수산에 오르다. 신등면 율현마을에서 굽이돌아 올라가는 길바닥에 입이 벌어진 채 떨어진 밤송이와 반들반들한 알밤이 널려 있다. 가을이 주는 풍요로운 풍경이고, 이곳 산천이 베푸는 넉넉함이려니. 숲속에 고즈넉이 깃들어 있는 대웅전을 비롯한 서너 채 절집. 천년 고찰 율곡사다. 잠깐 숨을 돌리고 물을 마시면서 ..
2021.09.23 -
여근곡[경주 오봉산]
서기 636년, 경주 서쪽에 있는 영묘사 앞 옥문지(玉門池)에서 두꺼비(개구리) 우는 소리가 요란했다. 선덕여왕이 말하기를, 두꺼비(개구리)의 눈은 성난 것처럼 생겼다, 병란의 조짐이다. 분명 적이 침입했을 것이다. 옥문(玉門)은 여근(女根)을 이르는 말이다. 여근 속에 들어온 남근(적군)이 얼마나 힘을 쓰랴. 왕명을 받은 알천, 팔탄 두 장수가 2,000여 군사를 이끌고 여근곡에 매복한 적군(백제 군)을 무찔렀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선덕여왕 지기삼사 전설 중 하나. 2021년 6월 23일 수요일. 골짜기 앞에 와서 찬찬히 살피며 바라다보니 정말 그럴듯하다. 여근곡을 거쳐 오봉산을 걷는다. 여근곡 주차장-유학사-옥문지-부산성-주사암-마당바위-주사굴-오봉산(685)-산길-임도-산길-유학사-주차장 경주시 ..
2021.06.23 -
칠곡 가산산성
2021년 5월 27일 목요일. 하늘을 만지면 손이 젖을 것 같은 날씨. 예보에선 비가 좀 내린다고 했지만, 망설임 없이 길을 나선다. 오늘은 칠곡 가산산성이다. 오는 듯 마는 듯한 빗방울과 동무하여 진남루 앞에 이르렀다. 두리번거리면서 우산을 펼까 말까 하는데, 저쪽에서 서성이던 두 사람은 발길을 돌린다. 나야 뭐 머뭇거릴 일이 없지. 남문에서 성곽을 따라 서문 쪽으로 가다. 오는 듯 마는 듯하던 비는 가는 듯 마는 듯 가버리고, 안개인지 구름인지 허옇게 떠다닌다. 가산바위에 올랐다가 서문으로, 북문으로. 북문에서 중성문을 지나 장대터가 있는 가산 산마루에 올랐다가 유선대와 용바위를 보고, 동문으로. 동문에서 돌고 도는 탐방로를 따라 처음 그 자리, 진남루 앞에 서다. 12.37Km. 성의 규모가 엄청..
202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