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288)
-
두견주와 은행나무[면천, 아미산-몽산]
- 고려 왕조 개국공신 복지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큰 병에 걸려 식읍인 면천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어떤 약을 써도 효험이 없자 딸 영랑이 아미산에 올라가 백일기도 끝에 산신령의 계시를 받았다. "뜰에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고, 아미산 진달래꽃을 따다가 찹쌀과 함께 술을 빚어 백일 후에 드려라. 정성을 다 하여라." 그렇게 했더니 병이 씻은 듯 나았다.면천 은행나무이고, 면천 두견주이다. 1,100여 살 두 그루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제551호, 2016년 9월)이고, 두견주는 문배주, 경주 법주와 함께 3대 민속주로 꼽히고 있다. 쩝. 입맛을 다신다. 안동소주, 전주 이강주, 함양 솔송주, 태인 죽력고, 고령 스므주, 김천 과하주, 한산 소곡주, 부산 금정산 막걸리, 충주 청명주, ... 내로라하는..
2024.11.01 -
선암계곡[단양]
2024년 10월 21일 월요일. 이태 만에 단양 선암계곡을 걷는다. 느림보유람길. 느릿느릿 유람하는 발걸음이다. 그때처럼 맑은 기운에 흠뻑 젖는다.물빛이 저리 맑을 수 있을까. 물소리가 저리 맑을 수가 있을까. 산빛도, 바위도, 공기도 맑고, 맑다. 온통 맑은 기운이다. 더 이상 말이 필요할까. 딱 맞는 말이 가능하기는 할까.
2024.10.21 -
악어봉[충주]
2024년 10월 9일 수요일. 십여 년 만에 충주호 악어를 만나다.충주시 살미면 내사리 충주호 물가, 36번국도 옆 가파른 비탈길 900m쯤 되는 곳에서 내려다보았다. 충주호 물속으로 내달리는 야트막한 산줄기들. 악어처럼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저 모습. 사람들 마음이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을 풍경이다. 가파른 산줄기 어디쯤에서 한참을 내려다본다. 악어떼가 내려다보인다고 해서 악어봉이란다. 짧은 거리이지만 매우 가파른 길이고, 매우 가파른 길이지만 숲속이고, 때마침 가을이다. 푸른 호수를 향하는 푸른 악어떼는 싱싱하기 그지없고, 느릿느릿 나그네 몸짓에는 시나브로 가을 산 기운이 스며든다. - 따져 보니, 딱 12년 만이다. 그땐 추석연휴 끝날이자 개천절(2012.10.3.)이었고, 오늘은 10월 9일 한..
2024.10.09 -
팔봉향나무[충주]
2024년 9월 22일 일요일 오후. 충주시 대소원면 문주리 팔봉 강가 향나무 아래에 앉았다.어제 내린 비로 불어난 강물을 바라본다. 엷은 흙탕물이 힘차게, 묵직하게 흐른다. 뭉게뭉게 흰구름 이는 하늘은 높고 푸르다. 햇빛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다. 오늘이 추분인가. 엊그제까지 그렇게도 뜨겁더니, 하루이틀 사이에 한풀 꺾이는 걸 본다. 자연이다. 족대를 들고 저 강물에 들어가 첨벙거리던 때를 그려 본다. 물도 맑고, 물고기도 많았었지. 꺽지, 모래무지, 참매자, 꾸구리, 돌고기, 동자개 ... 눈을 돌려, 갓을 쓴 쏘가리가 살고 있다던 귓돌바위를 바라보고, 물 건너 옥녀봉을 바라본다. 삿대를 저어 물을 건너고, 옥녀봉 꼭대기 바위 봉우리에 올랐던 일이 아련하게 또렷하다. 배를 건너면서 삿대를 한번 내리치면..
2024.09.23 -
약모밀, 다층청석탑[충주 창룡사]
2024년 6월 10일 월요일. 창룡사 입구에서 약모밀꽃을 보다. 물고기 비린내가 난다고 하여 '어성초(魚腥草)'라고도 하는 식물이다. 냄새는 그렇다고 치고, 하얗게 핀 꽃이 단정하게 보인다. 충주시 직동(곧은골), 남산 자락이다.저녁나절에 숲을 찾아 산책을 나선 길이다. 오랜만에 찾은 창룡사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예스럽고 초라했던 전날에 비하여 갓 지은 듯 번듯한 절집들과 넓어진 마당, 높직한 축대.다층청석탑 앞에 쪼그려 앉아 본다. 다층탑이라고는 하나 보통의 어른 키에 한참 못 미치는 크기이고, 화강암 기단에 점판암 탑신이 올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희귀한 탑이라고 한다. 문화재 자료이고, 고려 때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안내판 설명이다. 모악산 금산사에서, 가야산 해인사 원당암에서, 또 어..
2024.06.10 -
4.10총선도보[하늘재]
벚꽃. 온통 벚꽃 천지다. 산에, 들에, 길가에, 가는 곳마다 환하게 빛나고, 눈부시게 부풀어오른다. 연기처럼 번지는 연둣빛 바다에 점점이, 도로 양옆으로 길게, 하얗고, 환하다. 보석 떨기처럼 눈부시다. 이리저리 걷는다. 이리저리 쏘다닌다. 어디를 가나 벚꽃이고, 벚꽃이고, 벚꽃이다. 하염없이 바라보고, 바라보고, 바라본다. 나를 잊고, 세상을 잊는다.2024년 4월 10일 수요일. 22대 총선 도보는 벚꽃 잔치에 몸을 던진다. 수안보 벚꽃 거리, 미륵리에서 하늘재로, 송계에서 내사로 이어지는 충주호 물가 길.수안보에서 아홉살이 골짜기를 다녀오고, 하늘재에서 포암산 베바위를 바라본다. 백두대간 대미산을 바라보고, 여우목 고개를 바라본다. 주막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떠들고, 웃는다. 찻잔을 앞에 두고..
202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