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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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산[서산]
신라 승려 의상이 당나라에서 공부할 때, 그를 사모하는 여인이 있었다. 선묘 낭자라고 한다. 의상이 청혼을 거절하고 신라로 가는 배에 오르자, 선묘는 바다에 몸을 던졌다. 신라로 돌아온 의상은, 선묘의 혼을 달래기 위해, 당나라에서 가까운 바닷가에 절을 짓는다. 지금의 도비산이다.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에 있다. 마을 사람들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될 지경에 이르렀을 때, 천둥번개가 치고, 큰 돌이 공중에 떠돌면서, 일을 방해하면 큰 재앙을 내리겠다, 고 호통을 친다. 절집이 완성된 후, 공중에 떠다니던 검은 돌은, 절집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바다(적돌만)에 떨어져 '검은여'가 되었고, 절 이름은 '부석사'가 되었다. 영주 부석사와 이름이 같고, 동일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창건 설화도 거의 같은 내용이다. 영주..
2023.05.15 -
옥화구곡길[청주]
옥화구곡길: 충청북도 청주시 미원면에 있다. 속리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달천이라는 이름으로 흐르는 굽이굽이에 멋들어진 경치가 펼쳐진다. 옛 선비들은 곳곳에 풍류와 사색의 흔적을 남겼고, 이득윤이라는 선비는 1609년에 아홉 곳을 가려 '옥화구곡'이라 하였다. 1990년에 청원군에서 아홉 곳을 골라 '옥화구경'이라 하였고, 2020년에 청주시에서 '옥화구곡 관광길' 14.8Km를 조성하였다. 2023년 5월 2일 화요일. 미세먼지 없이 맑은 날씨. 눈부신 햇살, 푸르름 더해 가는 산과 들. 이팝나무는 이미 온통 하얗고, 아카시아도 삐죽삐죽 하얀 부리를 내민다. 옥화구곡길을 걷는다.먼저, 옥화9경 중 첫째인 청석굴을 둘러본다. 찍개, 긁개 등 구석기 유물이 발굴되었고, 그때 사람들이 살았었던 흔적이 발견되었..
2023.05.02 -
만수산[부여]
매월당 김시습은,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오르자 21세에 승려가 되어 전국을 떠돌다가 만수산 무량사에서 여생을 보냈다. 법명은 설잠(雪岑). 부여 무량사에 그의 부도와 시비와 영정이 있다. 2023년 4월 21일 금요일. 충청남도 부여군 외산면에 있는 만수산을 걷다. 산등성이 너머는 보령시 성주면이다. 무량사 일주문 앞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일주문 안으로 들어섰다. 극락교 건너 왼쪽에 매월당 시비와 부도가 있고,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장군봉 갈림길에서 숨을 고르고, 조루봉을 지나고, 전망대에 올라 땀을 씻고, 비로봉에서 태조암 쪽으로 길을 잡아 내려오다.버려진 것인가. 태조암엔 인적이 없다. 빛바랜 절집과 어지러이 흩어진 검불들과 마른 풀밭이 된 마당. 마당가에 황매화 한 무더기 피..
2023.04.21 -
마애불상[충주 봉황리, 창동리]
2023년 4월 1일 토요일. 눈부신 볕에는 더운 기운이 돌고, 얌전한 바람결에는 시원한 기운이 도는 날씨, 봄날씨다. 어디를 가나 벚꽃이 하얗게 부풀어오르고, 개나리가 노랗게 환하고, 산기슭마다 진달래 붉은빛이 점점이 다소곳하다. 점심을 먹고 나서 가볍게 움직여 본다. 발길이 닿는 대로 따라가 본다. 충주 봉황리 마애불상군: 충주시 중앙탑면 봉황리 햇골산 중턱에 있다. 높이 1.7m, 너비 5m 되는 바위에 불상과 보살상들이 한 줄로 양각되어 있다. 모두 여덟이라고 하는데, 내눈으로는, 그걸 모두 찾아내기가 어렵다. 왼쪽으로 두어 발짝 거리에 마애불상이 하나 더 있다. 오른쪽 불상들보다 크고, 좌불이다. 6세기 말에서 7세기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며, 삼국 시대 불상으로는 보기 드문 예라고 한다.저..
2023.04.01 -
500년 동백나무[서천 마량리]
2023년 3월 29일 수요일. 마량포구에서 쭈꾸미 볶음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 마량리 동백나무숲을 걷다. 바닷가 아주 작은 동산에 동백나무숲이 있고, 아주 짤막한 산책로가 있다. 500년 이상된 동백나무가 85그루라고 하며, 줄을 쳐 출입을 막아 보호하고 있다. 젊은 동백들도 주변에서 숲을 이루고 있다. 매년 3월말에서 4월초, 다른 곳보다 꽃 피는 시기가 늦은 편이다.500년 동백나무 푸른 잎사귀들도, 잎사귀 사이사이에서 점점이 붉은 꽃잎들도, 요란하지 않다. 요란한 것은 때맞추어 몰려든 사람들이라고 할까. 수백 년, 오랜 세월을 겪어온 나무 밑동들은 말이 없고, 정처 없는 바람은 쉬지 않고 돌아다닌다.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마량리에 있다. 500년 이상 된 동백나무 85그루가..
2023.03.29 -
노성산[논산]
2023년 3월 7일 수요일. 논산시 노성면 애향공원에서 노성산으로 들어서다. 두어 구비 돌아 올라 돌로 쌓은 성벽을 만나다. 노성산성이다. 노성산성: 노성산(348) 봉우리를 삼태기 모양으로 에워싼 테뫼식 산성이다. 백제 때 쌓은 것으로 추정되며, 출토된 토기와 기와 조각은 백제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의 것들로 다양하다고 한다. 산성에 올라서자마자 절집처럼 보이는 건축물을 만나다. 금강대도 노성본원이다. 문이 잠긴 채 조용하다. 잠깐 서성이며, 기웃거리며, 두리번거리다가 걸음을 떼다. 금강대도 노성본원: 금강대도는, 1874년에, 유불선 삼도의 진리를 하나로 통합하여 대동세계를 꿈꾸며 생겨난 종교이다. 금강산을 중심으로 포교하였었고, 노성본원은 1965년에 창건, 2002년에 중건되었다. 발굴 작업이 막..
2023.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