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288)
-
눈길[충주 서운리임도]
2022년 12월 26일 월요일. 충주시 동량면 서운리 임도를 걷다. 작년 봄, 흐드러지는 벚꽃, 흩날리는 꽃비, 온 천지에 피어나는 애기 연둣빛, 맑고 깨끗한 그 세상에 넋을 던져 놓고 흐르던 그 길. 눈이 많이 왔고, 강추위가 계속되는 날씨에 움추러드는 게으름을 애써 뿌리치고 나왔다. 다행히 날씨는 많이 누그러졌고, 햇볕이 맑다. 장갑 낀 손끝이 살짝 시리긴 했지만, 포근함을 느끼면서 걷는다. 15.33Km. 저기 저 하늘 높이 빙빙 도는 놈들은 매, 아니면 새매일 것이다. 설마 우리를 노리는 것은 아닐 테지. 어, 저 바위 앞에 저건 뮈지? 아, 저 아래 물에 잠긴 마을 사람들 섬기던 산 제당 터인가 보다. 두텁게 쌓인 눈길을 원 없이 즐긴다. 정말로 오랜만에 눈이 많이 온 것이다. 뽀드득뽀드득. ..
2022.12.26 -
성금말금[단양]
성금이 말금이. 성금 마을 말금 마을. 금(金)이 말로 났고, 섬으로 났다고 한다. 한 섬은 열 말. 그래서 그런지 성금 마을이 말금 마을보다 크다. 성금 마을은 15가구, 말금 마을은 7~8가구 된다고 한다. '섬금'이 '성금'으로 변한 것은 발음을 편하게 하다 보니 그리 된 것이리라. 2022년 11월 3일 목요일. 성금이 말금이를 찾다. 가곡면 소재지를 지나 영춘 쪽으로 달리다가 오른쪽, '구인사로'로 접어들었다. 성금, 말금 이정표를 보고 자동차를 세웠다. 가을 아침 상쾌한 산속 공기에 몸을 던져 걸음을 뗀다. 구불구불 산길 가에 시묘막 작은 흙집이 있고, 묘가 있다. 侍墓幕(시묘막) 안내 - 위치: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산90-1번지 - 시묘자: 金基先(일명 김화춘) 1933.3.5.생..
2022.11.03 -
느림보유람길[단양 선암계곡]
단양군 단성면 선암계곡. 단양천이 흐르는 계곡에 단양팔경 여덟 중 셋이 있다.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다. 상선암 위쪽에는 특선암이 있고, 하선암 아래쪽에는 소선암이 있으니, 선암이 다섯이다. 신선들의 놀이터요, 신선들이 노니는 바위다. 선경이라 할 만큼 빼어난 경치이기에 예로부터 사람들이 찾아와 풍류를 즐기고, 곳곳에 이름을 붙이고, 바위에 글씨를 새기고, 시문을 지어 남겼다. 여기에도 걷기 열풍이 불어 와 둘레길이 생겼고, '선암골생태유람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느림보유람길' 넷 중 하나이고, 길은 단양천 물가 숲속으로 이어진다. 2022년 9월 28일 수요일. 소선암 주창에서 걸음을 뗀다. 다리 건너에 오토캠핑장이 있고, 두악산 등산로 입구에서 갈라지는 길은 숲길이다. 자연휴양림을 지나고, 하..
2022.09.28 -
도락산[단양]
단양천을 따라 상류로부터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골짜기 이름은 '선암계곡'이다. 작은 산줄기 너머 남조천 물가에는 사인암이 있다. 단양팔경 여덟 중 넷이 가까운 곳에 이웃하고 있는 것이다. 이웃에는 또, 황장산, 황정산, 올산, 문수봉, 용두산 등 명산들이 널려 있고, 소백산, 대미산, 금수산, 월악산이 지척이다. 명산들 숲에 둘러싸인 도락산 또한 산림청, 한국의 산하, 블랙야크 등에서 선정한 전국 100대 명산에 드는 명산이다. 2022년 9월 22일 목요일. 상선암 주차장에서 도락산에 오른다. 제봉-신선봉-도락산 정상-신선봉-채운봉-주차장. 7.83Km. 올라가는 길도 내려오는 길도 엄청나게 가파르고 바위가 많다. 사다리 계단은 하늘을 향해 똑바로 서 있다고 해야겠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지만,..
2022.09.22 -
좋다[속리산 묘봉]
2022년 9월 13일 화요일. 속리산 묘봉(874)에 오르다. 묘봉두부마을(화북면 운흥1리)-상학봉-묘봉-북가치-미타사-용화보건진료소-주차장. 10.8Km. 상주시 화북면 운흥1리 마을회관 가까이에 주차장이 있다. 상학봉-묘봉-관음봉-문장대로 이어지는 산빛이 깨끗하다. 곳곳에 허연 바위가 날아갈 듯 박혀 있는, 정말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쪽저쪽 산빛도, 하늘빛도, 햇빛도 깨끗하고, 예쁘다. 묘봉두부마을(식당) 옆길로 들어선다. 작은 논밭을 거느린 작은 마을을 벗어나 산으로 들어선다. 울창한 숲길이다. 단풍나무, 참나무, 소나무 등등. 하늘로 죽죽 벋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섰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고, 벌레 소리가 들리고, 고요한 소리가 들린다. 헉헉, 깊은 숨소리가 들린다. 산등성이에 올라선..
2022.09.14 -
송학산[제천]
2022년 9월 7일 수요일. 송학산(819)에 오르다. 개성에 있다는 '송악산'이 아니라 제천시 송학면에 있는 '송학산'이다. 백운면 구학산에서 날아오른 아홉 마리 학 중 한 마리가 와 앉았다던가. 송학면 보건지소 앞 시곡천(무도천) 건너편 길가에 작은 주차장이 있다. 산은 면 소재지 작은 마을 뒤로 단아하게 솟아 있다. 개울을 옆에 끼고 걷는다. 물은 흘러 평창강(서강)을 만날 것이고, 나그네는 저 아래에서 다리(지만교)를 건너고, 산발치에 깃들인 마을을 지나 산으로 오를 것이다. 도로명 주소의 편리함을 체험한다. 등산 기점으로 알려진 월명사의 주소는 제천시 송학면 시곡길 81. 그저, 도로명 주소가 적힌 표지판들을 따라 걷는다. 좁다란 산골 논에 시나브로 맑은 황금빛이 스민다. 수수밭이 보이고, 스..
2022.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