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7. 20:51ㆍ충청
2022년 9월 7일 수요일. 송학산(819)에 오르다. 개성에 있다는 '송악산'이 아니라 제천시 송학면에 있는 '송학산'이다. 백운면 구학산에서 날아오른 아홉 마리 학 중 한 마리가 와 앉았다던가.
송학면 보건지소 앞 시곡천(무도천) 건너편 길가에 작은 주차장이 있다. 산은 면 소재지 작은 마을 뒤로 단아하게 솟아 있다.
개울을 옆에 끼고 걷는다. 물은 흘러 평창강(서강)을 만날 것이고, 나그네는 저 아래에서 다리(지만교)를 건너고, 산발치에 깃들인 마을을 지나 산으로 오를 것이다.
도로명 주소의 편리함을 체험한다. 등산 기점으로 알려진 월명사의 주소는 제천시 송학면 시곡길 81. 그저, 도로명 주소가 적힌 표지판들을 따라 걷는다.
좁다란 산골 논에 시나브로 맑은 황금빛이 스민다. 수수밭이 보이고, 스슥(조)이 보인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귀한 작물들이다. 드디어 월명사 이정표가 보인다. 아주 작은 사찰 월명사를 지나면서 산길로 들어선다. 몹시 가파르고, 젖어 있다. 어제, 힌남노 태풍이 남부지방을 지나가면서 비를 많이 뿌린 것이다.
산마루 푯돌 뒤에 산불 감시 초소가 있고, 영월군에서 세운 등산 안내도가 있다. 제천시와 영월군, 충청북도와 강원도의 경계인 것이다. 제천 시내 건물 숲 일부가 멀지 않은 곳에서 아침 안개를 벗고 있다.
강천사 쪽으로 내려온다. 산마루에서 300m 거리에 있는 사찰이다. 강천사에서 저 아래 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몹시 가파르고, 심하게 구불거린다. 시멘트 포장은 많이 낡았고, 길바닥에는 바윗덩이도 하나 떨어져 있고, 햇볕이 따갑다. 그렇게 타박타박 걷는다. 면소재지 마을을 지나고, 개울을 건넌다. 도중에 이리저리 기웃거린 걸음을 포함하여 9.84Km.
단아하게 예쁜 산빛에도 산 아랫마을에도, 논밭 작물에도 소리 없이 가을이 내리고 있다. 하늘에도, 개울물에도, 햇볕에도, 바람결에도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