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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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소리[곰배령]
여느 물소리와 다른 물소리가 있다.여느 새소리와 다른 새소리가 있다.깊은 산속 그윽하고 푸른 숲속에서 살랑거리는 바람결을 타고 조용조용 귀를 울리는 물소리와 새소리. 저 푸른 화음을 감히 흉내낼 수 있을까. 인간의 언어로 전할 수가 있을까.2025년 5월 22일 목요일. '천상의 화원'이라고 하는 곰배령에 오르는 산길에서 '천상의 물소리'를 듣는다. '천상의 새소리'를 듣는다. 산이 숨쉬는 소리를 바탕에 깔고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귀둔리에서 올라가는 중이다. 선경으로 이끄는 소리에 얹혀 위로 흐른다. 그렇게 천상 화원으로 올라가는 길가에 풀꽃이 지천이다. 있는 듯 없는 듯 미소짓는 풀꽃들. 저 위에서 마중을 나온 것인가.덜깨덩굴, 미나리냉이, 노랑매미, 괴불, 섬노린재, 양지꽃, 물양지꽃, 제비꽃, 병꽃..
2025.05.23 -
난쟁이붓꽃[횡성호둘레길]
난쟁이붓꽃을 만나다.2025년 4월 21일 월요일. 맑은 하늘 아래 맑은 햇빛 맑은 바람. 애기 연두색 번지는 산빛 또한 맑고 맑다.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구방리. 횡성호둘레길로 들어선다. 진홍색 만첩홍도화가 줄지어 객을 맞는다. 물은 또 왜 저리 맑은 것인가.물가로 굽이굽이 돌고 도는 길. 바람에 실려가듯 구름에 달 흐르듯, 사부작사부작 두런두런. 충주 두 대인과 함께 하는 걸음이다.보석 떨기처럼 하얗게 빛나는 조팝꽃이 한창이고, 만첩백도화는 송이송이 옥빛이다. 앵초는 반짝반짝 볕을 쬐고, 제비꽃 작은 꽃잎은 실바람에 흔들흔들. 라일락도 정향나무도 꽃을 피웠다. 실버들 뿐이랴, 가지마다 조용조용 연둣빛을 차린다. 삐죽삐죽 올라오는 원추리 새싹이 참으로 예쁘다. 이렇게 2025년 봄날은 흐른다.아! 난쟁이..
2025.04.21 -
홍천강생태수길[홍천]
하룻밤 사이에,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하고, 계엄군이 출동하고, 계엄사령관이 포고령을 발령하고,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대통령이 계엄 해제하다.지난밤이다. 바로 어젯밤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이렇게 황당할 수가 있는가. 그간의 언행으로 보아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 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우리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정녕 이런 정도란 말인가. 아예 말문을 닫자. 예정된 길을 나선다. 2024년 12월 4일 수요일 아침이다.홍천강생태수길.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수하1리에서 내촌면 물걸2리까지, 내촌천 물가로 이어지는 길이다.물걸리에서 수하리 쪽으로 간다. 텃밭정원길 일부를 생략하고, 강변길, 보도랑길(봇도랑길?), 진여울길, 하여 9.7Km쯤을 걷는다.초겨울 맑은 햇빛이 ..
2024.12.05 -
소이산과 주상절리[철원]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철원군 소이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본다. 산속에 들어앉은 철원평야와 피의 능선, 저격 능선, 백마고지, 아이스크림 고지, 김일성 고지, ... 들판 저 너머에서 북녘 산 너울이 멀어져간다.빼앗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투 속 포격으로 산봉우리가 아이스크림 녹듯이 흘려내렸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군인들이 아이스크림 녹듯이 없어졌다고 한다. 철원, 김화, 평강, 하여 '철의 삼각지'라는 말도 그런 의미로 생긴 말이라고 하거니와 6.25 한국전쟁 때, 그렇게 처절한 전투가 끊임없이 되풀이되었었다는 그 현장에 이렇게 서 있는 것이다. 아, 인간 세계란? 말을 찾지 못하고 서성인다. 실바람이 불어와 나그네 몸을 간질인다. 가을을 속삭인다. 산에도 들판에도 허공에도 온통 가을이 스미는 것을..
2024.10.15 -
세렴폭포[치악산]
2024년 7월 25일 목요일
2024.07.25 -
수수꽃다리[홍천 가리산]
2024년 6월 7일 금요일. 홍천 가리산에서 수수꽃다리를 만나다. 숲속 흙길이 끝나고, 1봉(주봉. 1,051), 2봉, 3봉, 하는 바위 봉우리들을 오가는 길에서, 과메기 차가 먼저 발견하였고, 모두가 반가워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수수꽃다리. 외국 이름은 라일락, 우리말 이름은 수수꽃다리,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란다.수수꽃다리는 한반도 중부 이북에 자생하는 낙엽 관목이고, 서양에서 들어온 라일락과는 종이 다르다는 것이다. 라일락꽃은 꽃대가 작고 꽃잎이 안으로 오므라드는 듯하고, 수수꽃다리꽃은 '꽃자루가 길고 마지막 꽃잎이 시원스럽게 밖으로 퍼진다, 꽃끼리 서로 엉키지 않고 골고루 퍼져나간다'고 한다. 본래 우리 땅에 있어 온 수수꽃다리와 비슷한 꽃을 피우는 라일락을 서양수수꽃다리..
2024.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