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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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단풍꽃을 보다[영월]
돌단풍꽃을 보다. 2022년 4월 16일 토요일. 영월에서 돌단풍꽃을 보다.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이라는 이름으로 흐르기 시작하는 물가 바위 벼랑. 군락을 이룬 돌단풍이 하얗게 꽃을 피웠다. 아가의 손바닥처럼 생긴 잎을 보고, 참 예쁘다, 정말로 단풍나무 잎과 똑같이 생겼네, 하곤 했지만, 그 꽃을 보기는 처음이다. 험한 바위틈에서 자라는 것도 그렇고, 예쁘게 생긴 잎도 그렇고, 만날 때마다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는 돌단풍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만난 그 꽃 앞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그간, 보면서도 못 보았던 것일 수도 있겠다. 무심코 지나쳤을 수도 있겠다. 마침, '숲 해설가' 신 선생님이 동행하여 깨우쳐 주는 덕분에 눈이 트인 것일 수가 있겠다. 지금, 눈앞에 꽤 많은 개체가 모여 있어 더 돋..
2022.04.17 -
고성산성[정선]
2022년 4월 14일 목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밖을 본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새싹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꽃잎을 떨어뜨리면서 봄을 재촉하는 봄비다. 봄비가 내리는 날엔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설렌다. 우산을 챙겨 들고 길을 나선다. 정선 고성산성으로 간다. 고성리에 있어서 고성산성이고, 고성(古城)이 있어서 고성리란다.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고성리. 흙이나 목책으로 쌓은 산성이 삼국 이전부터 있었고, 신라가 고구려와 대치하던 시기에 돌로 쌓았으며, 고려시대까지 이용했었다고 한다. 1997년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발굴하였고, 성안에서 청동기와 마제 석검, 돌화살촉 등이 발견되었으며, 성 아래에 청동기시대 고인돌과 집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참고로 남한강 일대 산성은 거의..
2022.04.14 -
눈을 밟다[만항재-함백산-두문동재]
눈을 밟다. 2022년 2월 23일 수요일. 최저 기온이 영하 15도를 오로내린다고 하지만, 입춘 우수 지난 햇볕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만항재에서 올려다보이는 함백산 마루는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시리도록 또렷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스패츠와 아이젠을 차고, 머프로 볼을 감싸고 걸음을 뗀다. 장갑을 벗으면 손이 시리지만, 맑게 빛나는 햇살에는 봄이 흐른다. 함백산 마루에서 바라다보이는 사방 풍경이 시워~언하다. 티없이 파란 하늘 아래 겹겹이 멀어져가는 산 바다는 하얀 눈을 점점이 품고 있다. 이 얼마만인가. 중함백을 넘고, 은대봉을 넘어 두문동재까지. 파란 하늘 아래, 맑은 햇빛에 젖어, 하얀 눈길을 걷는다. 눈이 귀했던 이번 겨울이었는데, 오늘 원 없이 눈을 밟는다. 하얀 눈을 원 없이 밟으면..
2022.02.23 -
지칠 줄 모르고 즐거운[영월 주천강]
술샘 酒泉(주천) 양반이 떠먹으면 약주, 맑은 술이 나오고, 농민이 떠먹으면 탁주, 막걸리가 나왔다. 양반은 맑은 정신으로 공부를 하고, 농민은 논밭일을 할 때 힘을 내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양반이 농민 차림을 해도 약주가 나오고, 농민이 양반 차림을 해도 막걸리가 나왔다. 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한 농민이 과거 시험에 합격한 후에 샘물을 떴다. 약주를 기대했건만 탁주였다. 홧김에 샘에다 돌을 처넣었다. 그후로 샘에서 술이 나오지 않았다. 2021년 9월 9일 목요일.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솔샘공원에서 망산에 오르다. 솔샘공원-망산/빙허루-명상의 광장-마이봉-사태봉-도천교-주천강 강길 따라 주천교 옆 솔샘공원으로. 솔샘공원에는 '주천'의 유래를 적은 비가 있고, 조선 철종의 태실이 있었던 자리를 알리는 비..
2021.09.09 -
고랭길[평창군 봉평]
'낮은 위도 위도에 위치하며 표고가 600~700m 이상으로, 높고 한랭한 고원이나 산지'를 '고랭지'라고 하며, 사람이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자연 환경이라고 한다. 강원도 평창군 지역 평균 표고가 이에 가깝다고 하며, '해피700평창'이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 면온 사람들이 봉평장을 보러 다니던 길이 복원되었고, '고랭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2021년 9월 2일 목요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면온리. 휘닉스 평창 휘닉스CC 입구에서 408번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잠깐만에 고랭길 입구를 만나다. 장길을 나서는 옛사람들의 몸짓을 상상하며 걸음을 뗀다.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른다. 금세 나타나는 봉우리에 달린 이름표는 '초봉'. 산등성이 옆구리를 구불거리다가 올라선 봉우리엔 '중봉'. 다음엔 '고봉'인가,..
2021.09.02 -
무릉도원[영월 요선정]
2021년 8월 26일 목요일. 요선정과 돌개구멍을 보고, 주천강을 걷다. 요선정은 강원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무릉리, 주천강과 법흥천이 만나는 물가 바위 절벽 위에 있는 정자이다. 1915년에 수주면(무릉도원면의 옛 이름)에 사는 요선계 계원들이 건립하였고, 조선 숙종의 어제시를 봉안하고 있다. 숙종의 어제시는 본래 주천면 소재지 서쪽을 흐르는 주천강 북쪽 언덕에 있었던 청허루에 봉안돼 있던 것이다. 청허루가 허물어지고 나서 일본인 경찰이 소유하였던 것을 요선계 계원들이 거금을 들여 매입하였고, 이를 봉안하기 위해 요선정을 지었다. 강원도 문화재 자료 제41호.(안내판 설명 요약) 요선정 옆에 무릉리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고려시대 불상으로 높이 3.5m. 무릎이 지나치게 크고, 상체 길이가 너무 길어 전..
2021.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