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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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맑아지다[수타사 산소길]
오랜 장마 끝에 늦더위가 뜨겁고, 수그러지는가 싶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번지고 있다. 마스크 쓰기, 모임과 방문 자제, 사회적 거리 두기, 온라인 수업. 난리통이다. 걱정이 아닐 수가 없다. 졸아드는 경제 활동 또한 방역과 보건 못지않게 걱정이다. 요란한 장마 때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걱정이고, 궁핍한 서민들의 삶이 걱정이다. 와중에 일부 교회가 말썽이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언행을 일삼는 목사가 말썽이고, 신자들이 말썽이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억지를 부리고, 방역에 안간힘을 쏟는 정부 방역에 딴지를 걸고, 뻔뻔스러움이 아주 심하다. 종교의 자유이고, 표현의 자유란다. 종교인지 정치인지 헷갈린다. 아니, 정치 활동이 분명하다. 정부를 흔들고, 민심을 흔들고, 사회를 혼란하게 만드는 정치 ..
2020.08.25 -
꽁꽁 산골에 흐르는 평화[임계 장찬성]
- 장찬이라는 장수가 삼척 쪽에서 오는 적을 막아내기 위하여 하룻밤 사이에 쌓았다. 2020년 7월 26일 일요일. 장맛비가 잠깐 쉬는 낮 동안에 장찬성을 걷는다. 임계 시장통에서 만난 젊은 노인께서 길 건너까지 따라오면서 자세하게 길을 안내하신다. 손짓으로 가리키는 산길을 훤하게 그리며 다리를 건넌다. 수확할 때가 된 감자밭과 실하게 자란 고랭지 무밭이 시원하게 예쁘다. 임계천엔 장맛비로 불어난 물이 기운차게 흐르고, 산길은 젖어 있고, 수풀엔 비이슬이 흠뻑 맺혀 있다. 고분과 안내판이 먼저 보이고, 몇 발짝 거리에 있는 산성은 보수된 모습이 뚜렷하다. 예상했던 것보다도 짧은 길이다. 기세 좋게 흐르는 임계천 물을 바라보며 둑방을 걷고, 잘 가꾸어진 감자밭, 옥수수밭, 양배추밭, 약초밭 들을 둘러보면서..
2020.07.26 -
하늘과 땅과 구름이 맞붙은 곳[정선 광대곡]
- 하늘과 땅과 구름이 맞붙은 신비의 계곡 강원도 정선 광대곡을 소개하는 말이다. 오랜 세월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대자연의 신비는 속된 사람이 들어오는 걸 꺼린다고 하니, 먼저 자신을 돌아본다. 받아 주시려나? 워낙 산세가 험한 데다가 장마철이니 좀 미끄럽겠지. 조심해야지, 다짐을 한다. 2020년 7월 18일 토요일. 기웃기웃 광대곡으로 들어선다. 이정표도 서 있고, 얼마 안 가 광대사라는 작은 절집도 보이건만, 까닭 모를 불안감이 피어난다. 길을 덮은 풀섶은 갈수록 무성하고, 큰물이 휩쓸고 갔을 개울 바닥 바윗돌들은 미끌미끌하다. 정말로 하늘과 땅이 맞붙은 건지, 고개를 돌려도 산이요, 젖혀도 산이다. 뱀이라도 나올까 겁이 나고, 뭔가 어두운 기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아하, 조심조심 가파른 비탈을 희..
2020.07.18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 어제, 2020년 7월 10일 공개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서. 하루 전인 9일 실종, 자정 무렵 시신 발견, 10일 낮 유서 공개. 13일 발인 예정. 어리둥절. 모두에게 충격이다. 멍멍하고 어리둥절할 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대학 1학년 때 유신 반대 시위로 제적, 투옥. 검사 1년만에 사표, 인권 변호사.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 신선한 아이디어로 시민 운동. 토건보다 시민 생활 향상에 치중한 3선 서울시장. 실종ㆍ사망 하루 전에 성추행 혐의로 피소. 고소인은 고인의 전직 비서. 고인의 사망으로 수사는 '공소권..
2020.07.11 -
상동 이끼계곡[영월 상동]
영월군 상동읍 구운산에서 발원하여 백두대간 서쪽 골짜기 물줄기들을 모아 흐르다가 김삿갓면 대야리에서 남한강에 몸을 섞는 물 이름이 옥동천이다. 하늘을 향해 죽죽 솟은 높은 산봉우리들 사이를 흐르는 물은 옥처럼 맑고, 주변 산수는 이리 보아도 절경이요, 저리 보아도 절경이다. 상류로부터 영월군 상동읍, 중동면, 김삿갓면(하동면)이 위치한다. 2009년 10월에 이름이 바뀐 김삿갓면 소재지 이름이 옥동이다. 옥동천 상류, 물과 함께 흐르는 31번 국도가 화방재 오르막을 시작하는 어름에 상동 이끼계곡이 있다. 2020년 7월 4일 토요일 아침. 좁은 계곡에는 처음부터 파란 이끼가 좌악 깔려 있고, 사진기에 삼각대를 갖춘 사람들이 보인다. 이끼는 흐르는 물가에 있을 때, 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오늘, 졸졸..
2020.07.04 -
이끼계곡[가리왕산]
- 이끼계곡, 이끼를 보러 가자. 2020년 6월 28일 일요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장전리. 긴 골짜기 깊숙한 숲속을 찾아간다. 가리왕산 북동쪽 장전계곡 맨 위쪽이다. 아침 아홉 시가 안 된 시간. 카메라를 목에 걸고 어깨에 삼각대를 멘 사람 두서넛이 계곡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끼계곡이란다. 아! 험한 진입로를 조심스럽게 넘자마자 좁은 개울 바닥이 온통 파랗다. 크고 작은 돌과 바위마다 푸른 융단을 입은 것처럼 이끼가 자라고 있다.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 앞에서 끝 모를 신비감에 취해 멍했던 것이 언제였던가. 힘차게 떨어지는 물소리와 함께 피어나는 물안개와 맑은 물빛과 싱싱하고 고운 푸른 이끼에서 풍기던 신비로움. 오늘, 흐르는 물이 적은 게 좀 아쉽기는 하나, 개울 위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파란 융단은..
2020.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