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계곡[가리왕산]
2020. 6. 28. 22:44ㆍ강원
- 이끼계곡, 이끼를 보러 가자.
2020년 6월 28일 일요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장전리. 긴 골짜기 깊숙한 숲속을 찾아간다. 가리왕산 북동쪽 장전계곡 맨 위쪽이다. 아침 아홉 시가 안 된 시간. 카메라를 목에 걸고 어깨에 삼각대를 멘 사람 두서넛이 계곡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끼계곡이란다.
아! 험한 진입로를 조심스럽게 넘자마자 좁은 개울 바닥이 온통 파랗다. 크고 작은 돌과 바위마다 푸른 융단을 입은 것처럼 이끼가 자라고 있다.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 앞에서 끝 모를 신비감에 취해 멍했던 것이 언제였던가. 힘차게 떨어지는 물소리와 함께 피어나는 물안개와 맑은 물빛과 싱싱하고 고운 푸른 이끼에서 풍기던 신비로움. 오늘, 흐르는 물이 적은 게 좀 아쉽기는 하나, 개울 위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파란 융단은 역시나 신비의 세계로 흐른다.
이끼 세상이 신비롭다고는 하나 그냥 돌아설 수는 없는 것. 꽤 오래 전에 올랐던 가리왕산 꼭대기 공기가 그리워서도 그냥은 못 가겠다. 요 위 발심사로 해서 오르는 길이 있지. 정선 가리왕산이라지만, 오늘은 평창 쪽에서 오른다. 역시 높은 산꼭대기에는 딴 세상이 있다. 하늘빛, 구름 빛, 사방 산빛과 바람결은 물론이거니와 신선하다는 말조차 속되게 느껴지는 공기와 어떤 기운. 이래서 못 잊는 거다. 이끼계곡-발심사-마항치-산마루(1,561)-이끼계곡.
- 가리왕산: 부족국가 시절 맥국의 갈왕이 머물렀었기에 갈왕산. 세월이 흐르면서 음이 변해 가리왕산. 예로부터 산삼이 많이 나기로 유명. 조선시대 왕실에 산삼을 대기 위해 일반의 산삼 채취를 금했다고 한다. 마항치에서 산꼭대기로 향하는 오르막 초입에 그를 전하는 표가 있다. 江陵府蔘山封標. 봉표는 나라에서 벌채를 금하는 산의 경계에 세우는 표.
- 환경: 이끼계곡처럼 높은 산, 깊은 골짜기에 있는 자연의 신비를 어떻게 보존할 것이냐. 알려지고, 몰려들면서 망가지는 걸 그냥 둘 것인가. 오늘도 보았다. 한 번 봤으면 그만이라는 듯 아무 생각 없이 밟고 해치는 몸짓들을. 또, 가리왕산 한쪽에 들어선 알파인 경기장을 보았다. 한 번의 올림픽을 위해 천 년 신비를 까뭉개 놓고, 지역 발전이라는 말을 내세워 복원 약속마져 까뭉개라는 사람들의 욕심을 우리 모두 보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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