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 일[발교산/봉명폭포]
2020. 5. 24. 22:46ㆍ강원
잘한 일이다. 매운탕 생각을 버리고 산을 찾은 것이 참 잘한 일이다.
2020년 5월 24일 일요일.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고, 아침 창밖이 어두워지면서 빗방울이 듣는다. 매운탕에 소주 한잔 생각하며 빈둥거리다가 이따금 내다보니, 오는 듯 마는 듯한 비는 예보대로 거의 그친 것 같다. 망설이다가 마음을 정한다. 발교산(998). 10시 40분쯤. 쑥개떡 몇 개에 물병을 챙긴다. 푯돌엔 '발기봉'.
횡성군 청일면. 깊고 험한 산골이다. 19번국도에서 갈라지는 봉명로는 더더욱 깊은 산골로 파고든다. 두리번두리번, 저도 모르게 터지는 감탄. 세상에나, 이거야말로 비경이 아닌가. 봉명4교 다리를 건너기 전에 발교산으로 들어선다. 흐르다가 소를 이룬 물가 바위에 물동이만한 구멍이 있다는 동이소를 지나니 펜션 둘이 나타나고, 산길은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따라 구불구불 거슬러 올라간다. 푸른 시냇물은 옥처럼 맑은 빛으로 재잘거리고, 나그네는 그 소리에 젖어 넋을 잃는다. 선경이로다.
봉황이 우는 소리. 부서져 떨어지면서 울리는 소리가 봉황이 우는 소리와 같단다. 삼단으로 떨어지는 길이가 30m쯤 된다고 한다. 봉명폭포. 미련 없이 부서지고, 거침없이 떨어지는 몸짓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하얀 소리 깊은 울림을 가슴 가득 받아 본다. 떨어질 줄 모르는 발걸음을 아쉬운 마음으로 잡아끈다. 그러면서 저쪽 봉복산을 생각한다. 봉황의 배처럼 보인다는 산. 청일면엔 정말 봉황이 살았었나? 그래서 이런 경치가 있고, 바깥 사람들이 찾기 어려웠었던 건가? 6.25 난리도 피해 갔다는 말을 믿을 수도 있겠다. 폭포 상단을 만날 수 있는 길이 따로 있다.
비는 일찍이 그쳤고, 비안개도 어느덧 걷히고, 해님이 살짝 살짝 인사를 하는 날씨. 산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푸른 숲속에서 점잖게 이어지고, 시냇물은 산 높은 데서도 급하지 않게 흐르면서 여유를 부린다. 첩첩산중, 푸른 산 빛이 예쁘고, 푸른 봉우리들이 이쁘다. 이렇게 나온 것이 참으로 잘한 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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