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0. 22:49ㆍ강원
뼝대: 바위로 이루어진 큰 낭떠러지(국어사전)
2020년 5월 10일 일요일. 강원도 정선 덕산기 계곡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당기는 것이 뼝대다. 좁은 계곡 양옆 여기저기에서 죽죽 솟아오른다. 10Km 남짓 거리에 정선 읍내라는데, 이런 오지가 있다니, 꼭 원시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덕산기 마을을 벗어나면서 더더욱 그윽한 분위기로 빨려들면서 아득한 세계를 더듬는다.
계곡에는 크기에 비해 흐르는 물이 많지가 않다. 어떤 데는 바짝 말라 있기도 하지만,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수도 없이 발을 벗는다. 물은 옥처럼 맑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 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몰려든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싸이지
잠시 잠깐 님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정선 아라리 한 대목의 무대인 아우라지에 서 있던 처녀상을 만난다. 1987년 10월 1일,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정선 아우라지에 세워졌던 처녀상이란다. 1999년에 새것으로 교체되면서 건설업자네 마당에 뒹굴던 것을 극단 대표가 발견하여 공연장이었던 강하분교로 옮겨 놓았었고, 극단이 정선을 떠나면서 다시 버려졌던 것을 여기 덕산기 계곡에 숲속 책방을 연 강기희 작가가 옮겨 왔다는 것이다.
작가 부부는 4년 전에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남편의 창작 활동, 아내와 함께 텃밭, 요약을 하자면 그런 셈이다. 책방엔 작가의 소설을 다른 도서와 함께 진열해 놓았다. 한쪽 방엔 커피와 차가 있다. 수입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런대로 모습을 갖춘 모양새다. 오지 산골에 자리한 책방과 카페. 커피 맛이 좋다. 덕산기, 큰 산들이 많아서 붙은 이름이란다. 이곳이 작가의 고향이란다. 요 밑 도깨비소 옆 언덕배기 도깨비 삼촌 등 모두 네 가구가 여기저기 이웃하여 살고 있단다. 커피 한잔 하는 나그네에게 주저하는 기색 없이 말벗이 되어 주는 마음씨가 고맙다.
- 덕산기 계곡: 총 12Km쯤. 100m 이상 되는 뼝대가 병풍처럼 둘러 있고, 은둔의 땅이라 하는 덕산기 마을이 중간쯤에 있다. 2014년 4월 25일부터 자연 휴식년제가 실시되어 한 차례 연장되었고, 올 4월 22일 해제되었다.
계곡을 거슬러 북동교(다리)를 건너기 전에 왼쪽 골짜기로 들어섰다. 중간쯤 이정표를 따라 왕복 1Km쯤 돌골에 들렀다가 함바우 마을에서 함바우 약수를 마시고 길을 되짚었다. 어제 난이네 집 만남의 여운을 되새김한다. 난이 내외와 윤아 유찬, 그리고 희제. 도쿄에 있는 근제와는 영상 통화. 많이 부족했고, 지금도 미흡한 부모 노릇에서 오는 미안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게 자라난 아이들, 대견함에 앞서 미안한 마음. 그래, 언제고 맑은 마음 잃지 않기를 바란다. 늘 밝게 살아가면 좋겠다. 언제고 씩씩하고, 꿋꿋하고, 유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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