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8. 23:04ㆍ강원
울진 백암산 아래 백암온천이 있고, 장성 백암산에 천년 고찰 백양사가 있다면, 홍천 백암산(1,097)에는 영혼을 열어주는 폭포가 있다.
-가령폭포: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백암산. 영혼을 열다(開靈)는 뜻으로 개령폭포.
2020년 3월 8일 일요일. 연화사 절집을 둘러싼 산기슭 여기저기에 자작나무 숲이 박혀 있는 걸 보면서 걸음을 떼다. 인공림이 맞을 거다. 잠깐만에 나타나는 폭포. 와! 폭포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신비롭게 다가오는 건 웬일인가. 길게 떨어지는 기운찬 소리는 그렇다 치고, 물은 왜 저리 맑디맑은 것인가.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풍기는 냉기와는 다른 저 신선함은 무엇인가. 티없이 맑은 신록이 바람에 흔들릴 때나 무성한 녹음이 묵직하게 일렁일 때와는 다른 저 분위기는 무엇인가. 갓 녹은 얼음물이라서 그런 것인가. 겨우내 갈고 닦은 기운인가. 바라보고, 서성이고, 사진도 찍고. 이제부턴 본격적인 산길이다.
잠깐씩 순한 오솔길에서 여유도 부리고, 가파른 오르막에서 땀도 흘린다. 눈얼음 녹아 흐르는 개울도 건너고, 멋들어지게 죽죽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 숲도 지나고, 저마다 서너 포기씩 겨우살이를 달고 있는 참나무 숲도 지나고, 아직 두텁게 남아있는 눈밭에 빠지기도 한다. 맑고 푸른 하늘도 바라보고, 사방 너울지는 산 바다도 둘러보고, 내 속도 들여다본다. 걷고 또 걷는다.
영혼을 여는 폭포라. 꼭 폭포만이랴. 산에 들어서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 살갗에 와 닿는 비람결,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산기운, 모두가 영혼의 문을 열어제끼는 것들이 아닐까. 아니, 안과 밖의 경계는 저도 모르게 사라지는 게 아닐까. 시나브로, 나무가 되고 풀이 되고, 하늘이 되고 구름이 되고, 산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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