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과 구름이 맞붙은 곳[정선 광대곡]

2020. 7. 18. 22:08강원


- 하늘과 땅과 구름이 맞붙은 신비의 계곡

강원도 정선 광대곡을 소개하는 말이다. 오랜 세월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대자연의 신비는 속된 사람이 들어오는 걸 꺼린다고 하니, 먼저 자신을 돌아본다. 받아 주시려나? 워낙 산세가 험한 데다가 장마철이니 좀 미끄럽겠지. 조심해야지, 다짐을 한다.

2020년 7월 18일 토요일. 기웃기웃 광대곡으로 들어선다. 이정표도 서 있고, 얼마 안 가 광대사라는 작은 절집도 보이건만, 까닭 모를 불안감이 피어난다. 길을 덮은 풀섶은 갈수록 무성하고, 큰물이 휩쓸고 갔을 개울 바닥 바윗돌들은 미끌미끌하다. 정말로 하늘과 땅이 맞붙은 건지, 고개를 돌려도 산이요, 젖혀도 산이다. 뱀이라도 나올까 겁이 나고, 뭔가 어두운 기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아하, 조심조심 가파른 비탈을 희미하게 기어오르던 길이 이내 끊어지고 만다. 두리번두리번 아무리 찾아봐도 흔적이 없다. 속인을 꺼린다는 말이? 어찌할꼬. 잠깐 망설이다가 마음을 정한다. 그래, 객기 부릴 일이 아니다.

멋들어진 바위 절벽과 푸른 소나무. 구름도 쉬었다 갈 정도로 아름답다는 몰운대가 지척에 있다. 그냥 갈 수는 없지. 걸음을 옮긴다. 광대곡에서 한 시간 남짓 흘린 땀을 들이고, 화암약수를 찾는다.

1913년에 문명무라는 마을 사람이 발견했다는 약수. 얽히고설킨 청룡과 황룡이 빛을 발하면서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 가서 보니 약수가 솟더라는 이야기. 본 약수가 있고, 쌍약수가 있다. 샘 둘이 나란히 이웃해 있는 것이 쌍약수다. 본 약수엔 물이 제법 고였고, 쌍약수엔 비탈진 바위 바닥에 겨우 고이는 물을 긴 자루가 달린 작은 바가지로 뜬다. 위장병과 빈혈에 좋다는 산화철탄산수. 약수 옆 시냇물은 더없이 맑고, 캠핑장과 산책로가 있고, 사람들이 북적인다.

곳곳이 절경이고 비경인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에 화암팔경이 멀지 않은 거리에 이웃해 있다. 꼭 여덟뿐이랴. 이리 봐도 감탄, 저리 봐도 감탄이 절로 터진다.

- 화암팔경: 1화암약수, 2거북바위, 3용마소, 4화암동굴, 5화표주, 6소금강, 7몰운대, 8광대곡. 그림처럼 예쁜 바위들이 있다. 畵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