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맑아지다[수타사 산소길]
2020. 8. 25. 21:11ㆍ강원
오랜 장마 끝에 늦더위가 뜨겁고, 수그러지는가 싶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번지고 있다. 마스크 쓰기, 모임과 방문 자제, 사회적 거리 두기, 온라인 수업. 난리통이다. 걱정이 아닐 수가 없다. 졸아드는 경제 활동 또한 방역과 보건 못지않게 걱정이다. 요란한 장마 때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걱정이고, 궁핍한 서민들의 삶이 걱정이다.
와중에 일부 교회가 말썽이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언행을 일삼는 목사가 말썽이고, 신자들이 말썽이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억지를 부리고, 방역에 안간힘을 쏟는 정부 방역에 딴지를 걸고, 뻔뻔스러움이 아주 심하다. 종교의 자유이고, 표현의 자유란다.
종교인지 정치인지 헷갈린다. 아니, 정치 활동이 분명하다. 정부를 흔들고, 민심을 흔들고, 사회를 혼란하게 만드는 정치 활동. 모든 혼란의 책임은 여당에 있다. 책임 져야 한다. 그러니 내가 정권을 잡아야 한다. 야당에서 이들과의 연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정권을 잡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인간 생명이나 그 어떤 것도 알 바 아니다. 다. 그런 건가.
자제해 달라는 집회를 열어 바이러스가 널리 퍼지게 했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치료를 받으면서도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병원에서 개인 방송으로 억지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적반하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이고, 종교의 영역인가. 혼란스러운 마당이다. 혹, 알면서도 저러는 건 아닐까. 아니, 분명히 알고 있을 같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그러면 왜 저럴까. 돈 때문일까. 그런 거 같기도 하다. 개인 방송 수입금과 후원금. 정말 그런 것인가. 인간 사회의 본 모습인가. 걱정이다.
2020년 8월 25일 이런저런 걱정들을 밀치면서 길을 나선다. 홍천 수타사 주차장에서 생골교 다리를 건너 산으로 들어선다. 약수봉으로 가는 길은 오르락내리락 구불거린다. 비 오듯 흐르는 비지땀, 헉헉거리는 숨소리, 살짝살짝 불어오는 바람결. 더없이 푸른 하늘, 더없이 하얀 구름. 머리가 맑아진다. 약수봉 산마루에서 한참을 앉았다 간다. 저 건너 저게 공작산이지. 그래서 공작산 수타사이고.
기운차게 흐르는 시냇가로 내려선다. 저기 저 공작산 산자락을 휘돌아 약수봉 아래를 흐르는 덕지천. 수티계곡이다. 물소리가 기운차고, 시원하다. 물줄기를 따라 산기슭을 흐르는 숲길이 그윽하고, 시원하다. 폭염 경보 뜨거운 햇볕도 뚫지 못하는 숲그늘 속 발걸음이 느긋하고, 시원하다. 수타사 산소길이란다. 산소길 끄트머리 신봉 마을 손바닥만 한 논엔 벼가 이삭을 숙이기 시작했고, 수타사 연못엔 꽃이 진 자리에 연밥이 열렸다.
수타사 주차장-생골교-약수봉-귕소/출렁다리-신봉마을-용담-수타사생태숲-주차장
- 귕소: 흐르는 물이 귕처럼 파인 바위 통 속에 고여 소를 이루는 곳. 귕은 아름드리 통나무를 파서 만든 여물통, 구유를 이르는 지방말.
- 수타사: 신라 성덕왕 때(708) 지은 절. 강원도 홍천군 동면. 보물 제745호 월인석보 등 문화재 다수.
'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걸을 만한 길 험한 길[홍천 팔봉산] (0) | 2020.09.19 |
---|---|
김유정문학촌[춘천 금병산] (0) | 2020.09.05 |
꽁꽁 산골에 흐르는 평화[임계 장찬성] (0) | 2020.07.26 |
하늘과 땅과 구름이 맞붙은 곳[정선 광대곡] (0) | 2020.07.18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0) | 2020.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