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산골에 흐르는 평화[임계 장찬성]
2020. 7. 26. 20:55ㆍ강원
- 장찬이라는 장수가 삼척 쪽에서 오는 적을 막아내기 위하여 하룻밤 사이에 쌓았다.
2020년 7월 26일 일요일. 장맛비가 잠깐 쉬는 낮 동안에 장찬성을 걷는다. 임계 시장통에서 만난 젊은 노인께서 길 건너까지 따라오면서 자세하게 길을 안내하신다. 손짓으로 가리키는 산길을 훤하게 그리며 다리를 건넌다. 수확할 때가 된 감자밭과 실하게 자란 고랭지 무밭이 시원하게 예쁘다. 임계천엔 장맛비로 불어난 물이 기운차게 흐르고, 산길은 젖어 있고, 수풀엔 비이슬이 흠뻑 맺혀 있다. 고분과 안내판이 먼저 보이고, 몇 발짝 거리에 있는 산성은 보수된 모습이 뚜렷하다. 예상했던 것보다도 짧은 길이다. 기세 좋게 흐르는 임계천 물을 바라보며 둑방을 걷고, 잘 가꾸어진 감자밭, 옥수수밭, 양배추밭, 약초밭 들을 둘러보면서 산골 좁은 들판을 거닌다. 장마 구름이 분주하게 오가는 사이사이로 해님이 얼굴을 내미신다. 꽁꽁 산골에 흐르는 평화를 본다. 그 옛날에 산성을 쌓아 지키려 했던 것도 이런 평화가 아니었을까.
- 장찬성: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송계리. 출토 유물로 미루어 5~6세기에 신라가 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임계천 가 마산봉(645)을 중심으로 하는 포곡식 산성이며 주변에 200여 기의 고분이 밀집해 있다. '정선 송계리 산성 및 고분군'이라는 이름으로 강원도 기념물 제70호(1995.3.9.)가 되었지만, '장찬성'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 임계사통팔달시장: 국도 42번과 35번이 교차하는 사거리 주변에 임계면 소재지 송계리가 자리를 잡았고, 100년 전통 임계 장터가 있다. 5일, 0일에 장이 선다. 정선, 강릉, 동해, 원주로 통하는 국도가 교차하는 만큼 교통의 요지라 하여 사통팔달시장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 한강 상류: 석병산에서부터 흘러오는 임계천은 태백 검룡소에서 내러오는 골지천과 요 아래 여랑에서 한 몸이 되어 흐르다가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만나 강이 된다. 정선 조양강이다. 정선읍에서 어천을 받아들인 조양강은 가수리에서 지장천을 품으면서 동강이라 불린다. 동강은 영월 읍내 끄트머리에서 오대산에서 오는 서강(평창강)과 만나 남한강이 되고, 단양-충주-여주를 거쳐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만나면서 '남'이라는 글자, '북'이라는 글자를 떼어내고 한강이 된다. 오늘, 남한강 상류 임계천엔 장마로 불어난 물이 힘차게 출렁이며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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