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줄 모르고 즐거운[영월 주천강]
2021. 9. 9. 22:27ㆍ강원
술샘 酒泉(주천)
양반이 떠먹으면 약주, 맑은 술이 나오고, 농민이 떠먹으면 탁주, 막걸리가 나왔다. 양반은 맑은 정신으로 공부를 하고, 농민은 논밭일을 할 때 힘을 내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양반이 농민 차림을 해도 약주가 나오고, 농민이 양반 차림을 해도 막걸리가 나왔다. 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한 농민이 과거 시험에 합격한 후에 샘물을 떴다. 약주를 기대했건만 탁주였다. 홧김에 샘에다 돌을 처넣었다. 그후로 샘에서 술이 나오지 않았다.
2021년 9월 9일 목요일.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솔샘공원에서 망산에 오르다. 솔샘공원-망산/빙허루-명상의 광장-마이봉-사태봉-도천교-주천강 강길 따라 주천교 옆 솔샘공원으로.
솔샘공원에는 '주천'의 유래를 적은 비가 있고, 조선 철종의 태실이 있었던 자리를 알리는 비가 있고, 국회의원 등 주천면 출신 인물들의 공적비가 여럿이다.
산길은 잘 나 있다. 망산 위에 날아갈듯 서 있는 빙허루는1986년에 재건립되었고, 주천강 건너편에 있었던 청허루와 마주보고 있었다는 것이 안내판의 설명이다. 사방을 둘러보면, 첩첩산중에 들어앉은 주천면 소재지와 논밭들이 훤하게 내려다보이인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명상의 광장을 지나 마이봉을 넘고, 사태봉을 넘는다. 주천강 물줄기에 바짝 붙어서 오르내리는 나지막한 산등성이 길이다. 노란 열매를 떨어뜨리는 은행나무, 다 자란 밤송이들, 죽죽 뻗은 잣나무와 소나무, 참나무와 여러 나무들, 점점이 피어나는 버섯들. 달걀 프라이를 닮은 계란버섯도 예쁘게 피었다. 이젠 완연한 가을이다. 산빛도 바람결도 여물어가고 있다.
도천교 못미치는 곳에서 벌말 쪽으로 고개를 넘어 몇 발짝, 도천리 쪽을 가늠하다가 되돌아와서 도천교를 건넌다. 다리를 되건너와서 산밑 강길을 걷는다. 물 가 산기슭에 걸려서 물과 함께 흐르는 길.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면서 흐르는 물은 가끔씩, 느릿느릿 누굴 기다리는 것도 같고,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기는 것도 같고, 물가 수풀을 얼싸안고 회포를 푸는 것도 같다. 주천교를 지나서도 계속 이어지는 강길을 바라본다. 맑고, 깨끗한 첩첩산중에서 지칠 줄 모르고 즐거운 강물. 욕심을 지그시 누르고 솔샘공원으로 올라선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만.
양반이 떠먹으면 약주, 맑은 술이 나오고, 농민이 떠먹으면 탁주, 막걸리가 나왔다. 양반은 맑은 정신으로 공부를 하고, 농민은 논밭일을 할 때 힘을 내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양반이 농민 차림을 해도 약주가 나오고, 농민이 양반 차림을 해도 막걸리가 나왔다. 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한 농민이 과거 시험에 합격한 후에 샘물을 떴다. 약주를 기대했건만 탁주였다. 홧김에 샘에다 돌을 처넣었다. 그후로 샘에서 술이 나오지 않았다.
2021년 9월 9일 목요일.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솔샘공원에서 망산에 오르다. 솔샘공원-망산/빙허루-명상의 광장-마이봉-사태봉-도천교-주천강 강길 따라 주천교 옆 솔샘공원으로.
솔샘공원에는 '주천'의 유래를 적은 비가 있고, 조선 철종의 태실이 있었던 자리를 알리는 비가 있고, 국회의원 등 주천면 출신 인물들의 공적비가 여럿이다.
산길은 잘 나 있다. 망산 위에 날아갈듯 서 있는 빙허루는1986년에 재건립되었고, 주천강 건너편에 있었던 청허루와 마주보고 있었다는 것이 안내판의 설명이다. 사방을 둘러보면, 첩첩산중에 들어앉은 주천면 소재지와 논밭들이 훤하게 내려다보이인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명상의 광장을 지나 마이봉을 넘고, 사태봉을 넘는다. 주천강 물줄기에 바짝 붙어서 오르내리는 나지막한 산등성이 길이다. 노란 열매를 떨어뜨리는 은행나무, 다 자란 밤송이들, 죽죽 뻗은 잣나무와 소나무, 참나무와 여러 나무들, 점점이 피어나는 버섯들. 달걀 프라이를 닮은 계란버섯도 예쁘게 피었다. 이젠 완연한 가을이다. 산빛도 바람결도 여물어가고 있다.
도천교 못미치는 곳에서 벌말 쪽으로 고개를 넘어 몇 발짝, 도천리 쪽을 가늠하다가 되돌아와서 도천교를 건넌다. 다리를 되건너와서 산밑 강길을 걷는다. 물 가 산기슭에 걸려서 물과 함께 흐르는 길.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면서 흐르는 물은 가끔씩, 느릿느릿 누굴 기다리는 것도 같고,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기는 것도 같고, 물가 수풀을 얼싸안고 회포를 푸는 것도 같다. 주천교를 지나서도 계속 이어지는 강길을 바라본다. 맑고, 깨끗한 첩첩산중에서 지칠 줄 모르고 즐거운 강물. 욕심을 지그시 누르고 솔샘공원으로 올라선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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